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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0일 토요일

[Travel-post] 3박 4일간의 헬싱키 (D+29)



러시아 비보르크에서의 아침이다.
일찍 일어났는데 밖이 어두워 나가질 못하고 숙소에서 기다리다 밝아 지는 것 같아 나오니 10시쯤이었다.

  

날이 어두워 아침부터 조명이 꺼지질 않았고, 우리는 히치하이킹을 위해 비보르크에서 헬싱키 가는 고속도로 진입 국도로 왔다. 

(히치하이킹을 하던 중에 국경에서 일한다며 우리 여권을 확인해가기도 했다.)


1시간 20분 정도가 지나자 율라라는 아가씨가 우리를 픽업해주었다.
영어를 못해 러시아어만 사용했지만 러시아 비보르크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가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는 검사를 해야 하기때문에 여권이 필요했고, 우리에게 핀란드 비자는 있는지 차근차근 확인해주었다. 그리고는 이상 무. 이제 헬싱키로 간다.

+ 국경을 넘을 때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로 남긴다.
생각보다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넘어가는데는 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유럽에 비자가 필요없을 뿐더러, 현지 동행이 많이 도와준 덕이 가장 큰 것 같다. (참고로 핀란드는 유럽에 속하며 유럽에서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90일이다.)


율라는 핀란드로 넘어 오자마자 우리와 방향이 달랐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우리를 위해 큰 마트(밥도 먹고 화장실도 갈 수 있는)에서 조금 쉬고 가라며 안내를 해주고 갔다.

덕분에 러시아와 핀란드의 물가차이를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이젠 루블에서 유로다.)

충분히 쉰 뒤 다시 히치하이킹.


나는 낮잠을 자버려서 많은 대화를 하진 못했지만 우리에게 또 고마운 1인.
국경에서 30분도 되지 않아 우리를 픽업해준 코트카에 사는 알렉스다.


알렉스 역시 우리에게 안전하다 생각되는 버스정류장과 마트가 있는 곳에 내려주고 갔다.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많이 느끼는 건데, 드라이버는 태워주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중간에 내려주는 것도 엄청 신경쓰일 꺼다. 근데도 다들 한없이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또 40분이 흐르자 영래란 이름을 가진 남자가 우리를 태워줬다.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된다지만, 사실 조금 무서웠다. 운전도 엄청 시원시원해 긴장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엄청 다정다감한 아빠였다는. 그의 딸 엠마도 엄청 사랑스러운 꼬마였다.

(+나는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저야 한다.'라는 말도 믿는다. 나도 많이 웃어서 예쁜 주름들 만들며 늙고싶다.)


영래는 헬싱키의 호스트 집 앞까지 태워주고 갔다.
(핀란드어는 나에게 엄청 어려운 발음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들린 한국이름 같은 영래의 이름을. 핀란드가 좀 더 친숙해진다.)


영래덕에 호스트 집도 쉽게 찾았겠다, 우리는 기다리기만 하면 됐었다.
기다리기를 30분 정도? 호스트 미트로와 만나 집에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친절한 미트로가 헬싱키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게으른 우리는 여행지의 관광할 곳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그냥 걷다가 이쁜 곳 보이면 이동, 이동하는 편이라 어쩔 땐 유명지를 지나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가이드를 해주는 호스트에겐 정말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들의 시간을 뺏기도 하거니와 여기 너무 춥다.)


헬싱키는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는 작은 도시였던 것 같았다.
해외에 무지인이라 많이 주워들은 곳은 클 거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던 나였기때문에 헬싱키 역시 엄청 클 줄 알았다.

세 대장장이 동상을 중심으로 최고 번화가인 알렉산테린 거리와 만네르헤이민 거리가 갈라져있는데 모두 걸으며 구경이 가능했고 조명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 찾기 쉬웠다.



헬싱키 중심가에서 트램이 지나가는 예쁜 골목들을 따라 가다보면 금방 바닷가 쪽으로 빠지게 되는데 너무 어두워져서 바다는 사진에 담지를 못했다.
이 작은 건물들 중 작은 샵에 들어가보면 예쁜 사진이나 소품들도 구경할 수 있다.
샵들이 다 너무 예쁘지만 혹시나 실례가 될까 사진은 못 찍고 구경만 하다 나왔다.


우리는 거의 한 달여간 여러 도시에서 많은 트램들을 봤다.
그런데 메트로가 잘 되어 있거나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여서 트램을 타보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트램이 지나가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다.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헬싱키 대성당인 '루터란 대성당'이 있는데,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작게나마 헬싱키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한 참을 중심가 위주로 돌아보다 보니 배가 고파진 우리는 식당을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유로에 대한 공포를 알아버린 우리, 호스트인 미트로에게 싼 곳으로 가자고 요구했고 그는 친절하게도 중국식당을 권해줬다.

얼마만의 외식인가.
매운표시를 고추갯수로 표현해 놓은 메뉴판을 보고, 고추그림이 많은 것들로 다 골랐다.
하지만 내가 고른 것은 실패. UK의 말대로 마파두부는 어딜가나 실패할 수가 없는 음식인가보다. 앞으론 마파두부를 시켜야지.


식사를 마치고 미트로 여행사의 두번째 가이드가 계속되었다.
헬싱키에는 문화시설을 즐길 수 있는 건물들이 많았는데, 웅장하기도 하고 매스자체도 아주 모던하고 현대식에 가깝다. 하지만 기존 건물들과의 이질감이 없어 보기 좋았다.
아무래도 기존 건물들도 깨끗하고 잘 보존 되어 있어 그런가 보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도로 마감, 간판 없는 깨끗한 건물들의 외관, 그리고 비슷한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는 건물들, 여러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색까지, 섬세한 것 하나하나 다 자연스러워보였다.


가이드를 해준 우리의 호스트 미트로는 굉장히 섬세하고 로맨틱한 사람인 것 같았다.
헬싱키를 소개해줄 때 유명관광지 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곳까지 보여주었는데, 건물들에 스토리(개인적인 스토리도 종종 나온다.)가 다 있었고 전망좋은 포인트도 꼼꼼히 알려주었다.

헬싱키의 첫 날. 많은 사람들의 따뜻함으로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율라, 알렉스, 영래.)


어느 순간부터 UK과 나는 잠이 매우 많아진 것 같았다.
아마 해가 오래 떠 있지 않아 그런가보다. 
늦게 뜬 해는 빨리 져 버렸고, 하늘은 늘 구름이 껴있다.

하지만 긴 밤은 야경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었다.


헬싱키에 있으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었던 템펠리아우키온 키르코.
암석교회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화강암 바위를 폭파시켜 내부에 사용, 그 위에 구리선 천장과 180개의 유리창으로 만들어져있다고 한다. 내부는 별도의 마감없이 화강암 바위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천장의 구리색, 파이프 오르간의 색이 정말 매력적이다.

우리가 헬싱키에서 떠나는 다음 날 이 교회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알림판을 봤는데, 그 행사를 보지 못하고 온게 너무 아쉬웠다. (행사나 결혼식이 있으면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입장료가 있다!! 비싸진 않았는 것 같은데 금액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안에 안 들어가고 입구에서 사진찍기 놀이.

  

돌 사이에서 사람 얼굴 찾기 놀이.

  

르와르 버전 사진찍기.


교회밖만 서성이다 금새 어두워져 저녁거리를 사러 갔다.

  

역시, 무민의 본고지 핀란드.
무민으로 된 제품들이 많다. 유진이가(내 친동생) 무민을 엄청 좋아하는데 사 주진 못하고 사진만 엄청 찍었다.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 어제 미트로가 가르쳐준 집으로 가는 예쁜 길들이다.


미트로 집에는 이렇게 생긴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영화에서 나올 법한 노출 엘리베이터다.
무섭지만 또 경험해보고 싶은게 우리란 사람.

3일째 헬싱키.


아침부터 스파게티를 든든하게 먹고,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쌌다.
밖에서 사먹으면 비싸니까 왠만하면 도시락을 싸다닌다. 하지만, 여기 겨울은 대부분이 추워 밖에서 먹기 쉽지가 않다.




오늘은 수오멘린나라는 섬에 가볼까 한다.
(우리는 거의 하루에 한 곳만 가는 것 같다.)

우리의 일정은 워낙 여유롭다 보니 예쁜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발 가는데로 걷는다.
바다 표면이 얼어있었다.



예쁜 레스토랑 앞에서 사진도 찍고,


수오멘린나 섬으로 가는 여객선은 Flytour 옆 터미널에서 탈 수 있는데, Flytour 앞에는 Allas Sea Pool이라고 해서 바닷물로 수영하는 곳과 온천이 외부에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곳이다. 1월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배가 거의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다. (어떤 시간대에는 한 시간에 2대도 있는 것 같다.)
근데 우리는 운이 좋게도 가자마자 표를 사서 탑승을 할 수 있었다. 티켓박스에서 티켓을 사면 되는데 한 사람에 왕복 5루블 정도로 저렴했다.


표 검사를 잘 하진 않는다.


수오멘린나는 스웨덴이 러시아 제국의 팽창주의 정책에 맞서기 위해 만든 요새였다고 한다. 핀란드가 독립한 이후에는 '핀란드의 요새'라는 이름의 '수오멘린나'로 바뀌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섬은 돌로 이루어진 벽, 바닥이 많은데 두깨가 엄청 두꺼워 외부에 있다 들어가면 안락함을 느끼게 된다. 색감도 맘에 든다.




이때가 겨우 2시 반이었다.


오늘은 우리의 호스트 미트로와 그의 룸메이트 야코와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 섬에서 나와야만 했다. (헬싱키에서의 마지막 밤이여서 저녁식사는 우리가 한국음식을 접대하기로 했다.)

우리는 1시간 반 정도 구경을 했는데, 조금 급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구경하길 권한다.


코끼리를 예쁘게도 그려놨다.



여객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
수오멘린나 섬은 헬싱키에서 여객선을 이용해 15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앞에서도 많이 했던 요리 찜닭. 해외에서 쉽게 구입하여 해줄 수 있는 한국요리는 잘 없는 것 같다. 거의 모든 한국요리에 간장, 고추장, 김치, 참기름, 부침가루 등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요.알.못)


다행히 미트로, 야코가 맛있게 먹어주었고 핀란드에서 첫 자일리톨 껌을 씹었다.
휘바휘바//

처음 듣는 핀란드어에서 느껴지던 강한 억양에 놀랐었고, 핀란드 사람들 대부분이 무표정에 말 수가 적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듣기와는 너무 달랐다. 억양은 강하지만 항상 웃는 모습에 우리에게 친절한 핀란드의 헬싱키였다.


그리고 우리를 맞아준 호스트 겸 가이드 미트로.
핀란드로 오길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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