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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0일 토요일

[Travel-post] 2박 3일간의 탐페레 (D+31)



이젠 헬싱키에서 탐페레로 이동해야한다.
히치하이킹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제 조금 알게 된 우리는 헬싱키의 호스트 미트로 집에서 탐페레로 향하는 고속도로까지 버스로 이동 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북쪽으로 갈 수록 점점 추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질 수록 따뜻한 사람들은 더 많아 지는 것 같았다.
헬싱키에서 탐페레로 이동하면서 히치하이킹 시간도 단축되어갔다.


첫번째는 필리호라는 이름의 아주머니. 고속도로에서 기다린지 40분 만에 우리를 태워주셨다.
탐페레까지 가시진 않지만 춥다며 우리를 얼른 태워주신 분. 덕에 헤멘린나까지 따뜻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려주실 때도 헤멘린나에서 고속도로로 올라가는 안전한 국도에 내려주셨다. 여길 지나가는 차들 중에 탐페레로 이동하는 차량이 많을 거라면서.


필리호의 기운 덕인지 우리는 헤멘린나 어느 국도에 내린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또 다른 드라이버를 만날 수 있었다.
욘리나와 알루까. (오른쪽이 욘리나 Janina, 왼쪽이 알루까 Annukka)
이 두 친구의 만남도 재밌었다. 둘은 헤멘린나에서 오디션을 보고 온 댄서들이었는데 탐페레로 이동하는 내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탐페레에서 볼만 한 것들과 굉장이 싼 마트 등 많은 정보를 주었는데, 사실 이 둘도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알루까가 내린 후에 알았다.)

운전자 욘리나는 우리의 호스트집을 갈 수 있는 버스정류장 앞까지 바려다 주고, 심카드가 없는 우리를 대신에 호스트에게 미리 전화도 해주었다. 곧 이들이 도착할 꺼라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근처 큰 마트로 갔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거리를 사기위해. 그런데 여기서 엄청 신기한 기계를 만났다.
유리, 캔, PT병을 넣는 기곈데, 분리수거를 하면 금액을 계산해 영수증이 나온다. 이 영수증을 가지고 마트 안으로 들어가면 현금으로 주거나 그 금액만큼 물건을 살 수가 있다.

+ 물론 분리수거를 하시는 모든 분들이 세척을 다 해오신다. 게다가 분리수거가 꼼꼼했다. 모든 병에는 뚜껑없이 분리수거 물품만 들어있다.
(나중에 더 자세히 알게 된 사실은 캔이나 PT병, 유리 종류가 정해져 있고 분리수거를 했을 때 반환되는 금액이 표면에 적혀있다. 고로, 아무제품이나 다 분리수거가 되는 건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30분쯤 가자 한적한 길목에 주택들이 종종 보였다.
내린 후 긴장했다. 집들이 다 너무 좋아보이잖아.
(내가 좋아 보인다는 기준은 그냥 외국 집 같은 주택을 보고 하는 소리다. 로망이랄까.)


기대 이상으로 예쁘고 아늑해보이는 큰 집이었다.
UK에게 재차 확인을 했다. 혼자 사는 집 맞냐고.

집은 정말 컸다. 혼자쓰기에 너무 커서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여러 호스트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보통의 한국 집들에 비해 가구나 짐이 많지 않아 공간이 더 넓어 보이는 것 같았다. 나 스스로 반성이 필요했다. (물론 아직 만나본 호스트가 그렇게 많진 않다.)

우리의 짐을 풀고는 호스트가 같이 장을 보러 가자고 했다. 우리를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고 싶단다.


그렇게 장을 봐와 먹은 식사.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화가 잘 될 것 같은 식단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감자에 샐러드라니.
신기한 건 그릇 제일 오른쪽에 있는 오트미트(?)라는 건데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는 고기맛과 비슷한 음식이다. 정말 고기식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게 먹을 수 있다.

(이 호스트 집에서의 생활이 정말 흥미로웠다.
호스트 이름은 미르스키. 그는 채식주의자였고, 그림작업, 그래피티, DJ작업과 파쿠르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예술가였다.)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커피도 한 잔 대접해줬다.


저기 보이는 오트밀크. 채식주의자를 위한 우유라고 하는데 맛은 베지밀같은 맛이었고, 커피에 넣으니 엄청 고소하다. 이 집, 커피 맛 집이다. 별미였다.


자상하고 따뜻한 식사를 마치고 나니 그의 취미생활이 시작되었다.


바로 디제잉.
처음 미르스키를 만났을 때는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의 이미지를 가진 것 같았는데, 집 안엔 항상 일렉트로닉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저녁엔 집을 어둡게 해놓고 노는 걸 즐긴다.

눈 앞에서 보는 건 처음인 기계에 궁금증 폭발.
그런 우리에게 기계를 다루는 법부터 자신이 만든 음악과 조명을 선보였고, 셋은 신나게 춤추고 놀았다. 이게 우리의 첫 만남이 만나 싶을 정도로.




그 넓은 집 안에서 작동하는 두 개의 미러볼과 서브 조명들, 그리고 바닥에는 스모크를 만드는 기계도 있다. 음향기기는 두 말 할 것 없었고 미르스키가 직접 만든 음악도 너무나 좋았다. 아마 우리는 이 파티를 2~3시간 정도 즐겼던 것 같다.


그렇게 신나게 춤을 추고 나니 정말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미르스키는 우리를 게스트로 받아주기 전에 고민을 했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문의를 했을 때 그의 몸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상황을 보고 연락을 주겠다 했었고, 이 집으로 올 것을 결정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었다.

그런데 우리를 초대해주어 가니 아직 그 지독한 감기가 다 나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손님이라며 자신의 방을 내주고 본인이 카우치에서 잔다. 극구 사양했지만 이게 맘이 편하단다. 눈물 날 뻔 했다 정말.

  

셋다 어제 밤의 파티 덕인지 푹 꿀 잠을 잤고 일어나자마자 다 같이 차를 한 잔 마셨다.
한국에서도 늘 물을 끓여 마셨고 UK은 찬 물을 아에 마시지 않는 편이라 추운데서 마시는 따뜻한 차는 아침에 찬기를 빼기에 좋았다.

(오른쪽 사진의 코코넛 그림이 있는 봉지는 코코넛 설탕이다. 차나 커피, 많은 음식들에 이 설탕을 썼다. 우리나라 흑설탕과 비슷하다.)


해가 떠있는 시간에도 날이 흐려 집에는 항상 보조 조명들이 켜져있다.
주황색이 따뜻한 느낌을 줬다.

  

아침을 먹고 난 우리에게 자신이 항상 먹는다는 아침용 음료를 줬다.
이 건강음료에는 바나나, 블루베리, 오트우유, 카카오 닙스, 그리고 왼쪽사진의 Hamppurouhe라는 대마 분말 등등이 들어가는데, 처음 이 분말을 검색한 우리는 엄청 놀랐다. 우리가 아는 대마는 마약에 쓰이는 대마초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대마초는 대마식물 부위별로 굉장히 다른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 집, 커피뿐만 아니라 건강음료 맛집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우리 세 사람은 버스를 타고 중심가에 있는 Tallipiha라는 곳으로 나왔다. 그 전 날 우리를 헤멘린나에서 탐페레까지 태워준 욘리나와 알루까의 추천지 중 한 곳이었다. 수공예품들을 팔거나 식당을 운여하는 건물들이 작게 모여있는 곳이다.

  

우리가 간 날은 다 문이 닫혀있어 한 군데 밖에 구경하지 못했다.
다른 건 못 사니까 맘에 드는 엽서 한 장 겟.
(나보다 미르스키가 더 산 것 같았다.)


구경을 마치고 그 들이 가르쳐 준 싸고 큰 마트로 이동.
역시 난 마트 구경이 제일 재밌다. 오빠에게 장화신은 고양이 눈빛 발사 후 얻어 낸 초콜렛. 미르스키도 이 초콜렛 맛있다고 추천해주더라.
(내 취향은 위에 캔디박힌 초콜렛, UK 취향은 견과류박힌 초콜렛.)


우리가 갈 곳은 다 둘러봤다.
이젠 미르스키가 우리를 안내했다. 근처 작은 언덕에 놀이기구들이 있는 곳으로.





역시 아무리 추워도 막상 나와서 놀거리가 있으면 신이 난다.
작은 언덕에 놀이터처럼 꾸며 놓았다.
정글짐과 작은 트램펄린만으로도 즐거웠다.


카우치서핑을 위해 메시지를 나눌 때도 이곳 탐페레에서는 구경할게 그렇게 많지 않다던 미르스키, 말은 그렇게 해도 우리가 오니 엄청 열정적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미르스키의 감기는 아직 다 낫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텐데도 코를 훌쩍이며 열심히 가이드해줬다.


그런 미르스키가 너무 고마워서 또 한국요리 준비.
제일 만만하고 쉬었던 찜닭. 하지만 미르스키는 채식주의자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 다른 음식을 준비했다. 바로 감자전과 양파덮밥. 

사실 양파덮밥을 한국음식이라 소개하기에 조금 애매했다. 외국에서 살 수 있는 간장은 대부분이 일본 간장이고 일본에도 돈부리라는 덮밥류가 있기에 외국인들이 그 차이를 알까 싶더라. (일본 스시에 있는 롤과 우리나라 김밥이 다른 걸 구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처럼.)

그래도 감자전은 성공한 것 같았다. 미르스키가 먹어 보곤 레시피를 좀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백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 외국에서 부침가루를 찾기쉽지가 않고 코리아팬케익이라며 전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집밥백선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부침가루도 필요없는 감자전 만들기가 나왔었다.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맛있는 감자전이 완성된다.)


우리가 요리를 하는 동안 미르스키가 준비한 편지.
아까 낮에 같이 갔던 샵에서 산 엽서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 리스트를 적어줬다. 한국가면 꼭 다 들어봐야지.



식사를 다 한 우리. 자, 또 어두운 밤이 왔다. 밤을 좋아하는 사람들 풋쳐핸업.

미니영화관이 금새 만들어졌다. 파쿠르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미르스키가 'Roof Culture Asia'라는 영화를 보여줬다. 정말 재밌었다. 너무 재밌어서 나는 그 영화에 나오는 사람의 인스타를 팔로우 하기까지 했다.


영화는 긴장을 하고 볼 수 밖에 없는데 내가 계속 '헉,헐'거리며 본 탓에 미르스키가 중간 쉬는 타임에 따뜻한 코코아를 타줬다.

이 집, 코코아 맛집이다.



다음 날 아침. 또 이동을 해야한다.
든든한 아침을 준비한 우리에게 또 달콤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만들어주는 미르스키.


+ 미르스키는 처음 만났을 때도, 마지막 날 그 집에서 나올 때도, 자기 전에도 항상 포옹을 해줬다.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

너무 고맙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반가웠고 즐거웠어요.


댓글 2개:

  1. 분리수거기계 텔레비전에 나오는거 본적있어요. ㅋㅋ 진짜 좋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걸 보시다니ㅠㅠ

    사진만 봐도 너무 추워보이네요, 몸 건강히 여행하세요. 전 이제 대구 갑니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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