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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일 목요일

[Travel-post] 5박 6일간의 이위베스퀼레 (D+36, 2018.1.22)


이번엔 팜페레에서 이위베스퀼레를 가야한다.
사실, 팜페레의 미르스키와 느긋한 아침을 보내다 3시라는 늦은 시간에 고속도로 위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빌리호라는 인상좋은 아주머니께서 고속도로에 서 있은지 50분이 지나 태워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사진이 어둡게 나와 너무 속상했다.)



빌리호가 Orivesi까지 태워줬고, 우리는 Orivesi에서 다시 시작했다.


빌리호가 가고, 30분 후 또 새로운 드라이버 아니 구세주가 나타났다.
킴모라는 친근한 이름을 가진 이 구세주는 이위베스퀼레의 호스트 집 앞까지 태워준 뒤 우리가 안전히 들어가는 걸 보고나서 가겠다던 정말 친절한 분이었는데,
사진 찎는 걸 좋아하고 음반까지 냈었단다. 만든 앨범도 들려주었는데 개성넘치는 음악이었다. 뭔가, 개인적으론 트로트느낌의 필 충만한 노래들이였던 것 같다.


호스트가 잠시 집을 비웠나 보다. 그럼 기다려야지.



기다린지 십여분이 지나자 호스트 쌈푸사가 나타났다. 방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예뻤다. 아무래도 나 한국돌아가면 미니멀리즘 생활을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잘 될진 모르겠다.

  

쌈푸사는 우리를 위한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마트에 다녀오느라 잠깐 집을 비운 거였는데, 매콤한 스프에 케일이 인상적이었다. 케일이 이렇게 맛있었나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리고 딸기 요거트 쉐이크? 인스턴트 맛은 언제나 옳다.


이거다. 내가 갖고 싶어진 핫템. 변신하는 카우치!!!
한국에 돌아가면 카우치서핑 유저로써 호스트가 되고픈 우리, 이런 카우치는 사야겠어!!
하는 핫템. 평소엔 카우치로 사용하다가 카우치 밑에 덮개를 꺼내 덮어버리면 안락한 침대 완성. (사실 한국에도 많겠지만, 카우치서핑을 하며 변신하거나 신기한 수납장을 보면 굉장한 소유욕이 인다. 이것 말고도 폰에 신기한 물건들 사진이 가득하다.)


푹 자고 일어나니 쌈푸사는 이미 일을 하러 나갔고, 우리는 아침먹고


컴퓨터를 켰다.

이때 알았다. 우리는 카우치서핑 앱으로 이위베스퀼레 호스트인 쌈푸사와 약속한 날 보다 이틀이나 일찍 와버렸었다. 쌈푸사에서 너무 실례한 것 같아 어찌나 미안했던지.


조금 쉬다 밖을 보는데 안 나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와 다른 큰 나무들의 분위기에 매료된다.



장도 볼 겸 나온 밖. 동네도 예쁘지만 배가 고프니 지름길로 가려고 철로쪽으로 나왔다.


그냥 큰 길로 갈 껄 그랬나. 에베레스트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사실 EBC가는 길은 이보다 더 잘 정돈되어 있었던 것 같다.



UK은 눈이 마냥 좋은가 보다.


이 차는 나가길 포기해야할 것만 같았다.


약속보다 너무 일찍왔기에 미안하기도 하고 여기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어 호스트 쌈푸사를 위해 간장 베이스 닭도리탕을 준비했다.
그는 우리가 이틀이나 일찍 온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반갑게 맞아주었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앞으론 시간 확인을 더 꼼꼼히 해야겠다.




위의 사진 3개는 모두 한 낮인 12시의 모습이었다.
해는 이미 떠있었지만 구름이 너무 많아 지금이 몇 시인지 가늠이 안갔다.
어두우니까 괜히 더 자야할 것만 같았다.
아마 극야현상이 계속되면 나는 이보다 더 게을러질테지. 
(백야의 반대말이 극야라는 건 이번에 알았다.)


우리는 전 날 밤 쌈푸사가 알려준 대학교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었다.
건축전공을 했지만 새카맣게 잊고 있었던 건축. 쌈푸사 덕에 알베르 알토의 건축물과 박물관 구경을 간다.

  

등교하는 핀란드 학생들의 평소모습.jpg

사실 저 위의 스키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은 지금 엄청 넓은 호수를 지나는 중이다.


그 모습을 보고 드디어 나의 허락을 받아낸 UK. 드디어 호수에 들어가 섰다.
(겁이 많은 내가 못 들어가게 한참이나 말렸었다.)


이렇게 학교로 가는 다리가 있지만, 길이 얼어있을 땐 가로질러갈 수 있으니 어쩌면 겨울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기한 구경을 마치고 이위베스퀼레 대학으로 가는 길.



걷다 보니 추워 일단 들어갔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앉아서 커피도 한 잔 해보고 몸도 식힌다.


핀란드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하키채를 잡는다. 우리는 추워서 주머니에서 손도 안꺼내는데, 운동장에서는 하키경기가 한창이다. (이때 궁금증이 들었었다. 원래 하키를 하던 운동장이었을까, 아니면 겨울에 내린 눈 떄문에 자연스레 생긴 하키경기장일까. 게다가 이 경기에는 여학생도 함께하고 있었다.)


대학교에서의 사진은 별로 찍질 못했다. 학생들이 워낙 많은 탓에, 우리가 피해를 줄까봐. (아니, 사실은 모두가 우리를 쳐다 보는 탓에 오래있지 않고 나왔다. 난 부끄럼이 많으니까.)

대학교 바로 옆에는 이렇게 알베르 알토의 박물관이 있다.
음....미리 공부 좀 하고 올 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엔 UK덕에 나도 용기를 내서 호수로 뛰어들었다.
거의 끝에서 끝까지는 걸은 것 같다. 하얗게 눈이 쌓인 허허벌판에서 걸으니 제자리 걸음하는 것 마냥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없어 공포였다. 하지만 반대편 땅을 밟는 순간의 성취감이란.



여행을 할 때는 한국에서 평범한 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많이 걷는 것 같다. 따뜻한 집에 오니 몸의 긴장이 풀려 기운이 없었는데 쌈푸사가 커리와 따뜻한 치즈 디저트를 준비해줬다. 이 맛을 알고 난 후, 마트 갈 때 마다 사고싶은 욕구를 눌러야만 했던 비싸고 맛있는 치즈.

먹는 거 주는 사람 좋은 사람.

[다음날.. 우리의 호스트 쌈푸사가 오기 전까지의 사진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갑자기 길어진 이위베스퀼레의 일정으로 굉장히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었기 때문. 우리는 이 날 하루를 '나태의 날'로 정했다. 쌈푸사가 오기 전까지 늘어지게 쉬었다.]


나태했던 반나절을 보내고 나니 쌈푸사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건물 지하에 사우나가 있다며 원한다면 준비해주겠다더니 이런 호강을 누려본다. 몸이 녹는 다는 말을 이때 쓰는 건가 보다.
사우나 자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집에서 사우나를 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매력이다. 그리고 난 저 돌맹이에 물뿌리는게 너무 재밌었다. 헤. (물을 뿌리는 순간 엄청난 온도의 수증기들이 몸을 감싼다.)


이때 생각했다. '쌈푸사, 너님 혹시 천사임?' 사우나를 마치고 온 우리에게 준비해준 핀란드표 사우나 맥주!! 맥주병에도 적혀있다. '사우나맥주'라고.
맛은 우리나라 맥주 하이X 맛과 비슷하다. 가볍고 청량감이 가득한 맛.


띠용

원래는 쌈푸사네 집에서 1박 2일간의 신세를 더 져야 했지만, 이틀이나 일찍간 탓에 일주일을 신세지는 건 정말 실례라는 생각에 이위베스퀼레의 다른 호스트를 구해 이동을 했다.
우린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 급하게 연락을 남겼지만 우리를 받아준다는 호스트를 구했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게다가 호스트와 멋쟁이 개가 우리 마중까지 나와있었다. 야호.


이위베스퀼레의 두번째 호스트 아리나.
그녀는 엄마(크리스티나)와 나이 많은 개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엄마의 손길이 닿아있어서 그런가 집이 더 아늑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아리나는 매일 강아지 산책을 시키기 위해 한두시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낸다고 하기에 늘 계획이 없는 우리는 함께 따라 나섰다.


아무래도 털이 많은 강아지 눈이 시원하고 좋은 모양이다.


산책을 시키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확실히 아리나는 말도 잘하고 뭔가 똑부러지는 아가씨였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침에는 못봤던 삐뚤이 삼단 눈사람이 보인다.



집에 돌아오니 아리나의 어머니 크리스티나가 우리를 위해 스프링롤을 직접 만들어 주었고, 따뜻한 집에 오니 몸이 녹아 내린 개는 조금 지쳐보였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개는 나이가 많다.)





간식까지 다 먹은 후 아리나는 우리를 위해 도시중심가 구경을 시켜주었다. 그 중에서도 Keski-Suomen Luontomuseo 라는 높은 건물이 있는데, 많은 언덕 계단을 올라가면 예쁜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우리는 3시쯤 올라가 구경을 하다가 4시쯤 해가 떨어진 후 내려왔다. (전혀 높진 않지만 마을을 내려다 보기엔 적당한 높이에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이렇게 생긴 건물이 나온다. 별로 높진 않지만 4층 꼭대기 층에 올라가면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해가 있을 때 전망대에서 구경을 하고, 건물 1층에 전시되어 있는 박제 동물들을 구경하다 해가 떨어져 다시 전망대로.

이위베스퀼레의 겨울 모습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눈에 띄는 간판 하나 없이 같은 배경 색에 같은 높이의 건물들이 하얀 눈에 덮혀 한 결 더 정리되 보이는 모습이었고, 건물들 만큼이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보기 좋았다.


확실히 이위베스퀼레는 크지 않은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호스트 아리나는 이 도시의 곳곳이 예쁜 곳을 구경시켜주려 노력해주었다. 이위베스퀼레는 아리나의 마음만큼이나 예쁜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리나 투어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차 한 잔에 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곳에서의 추억도 이 차만큼 따뜻하게 남는 이위베스퀼레의 마지막 날 밤이다.


감사합니다. 빌리호, 킴모, 쌈푸사, 아리나, 크리스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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