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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6일 금요일

[Travel-post] 4박 5일간의 오울루 (D+40, 2018.1.26)



오울루로 가는 길. 
하필 우리가 도착하는 날 저녁이 가장 추운 때였다.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히치를 하는데, 고속도로에서 히치를 할 때면 UK은 항상 짐과 나를 한참이나 뒤에 두고 시도를 한다. 이럴 때면 또 듬직하단 말이지.


친절한 드라이버를 기다린지 1시간이 지나자 데와하크라이네라는 이름을 가진 멋쟁이 아저씨가 Viitasaari까지 태워주시고는 얼어붙은 호수를 오늘 뽑은 따끈한 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영어를 잘 하진 못했지만 우리에게 연신 미소를 띄며 대화에 응해줬고, 우리를 태우기 5분전에 뽑은 차 덕에 기분이 좋아보였다. (사실, 오늘 뽑은 차라 이방인을 태우기 쉽지 않았을 텐데 흔쾌히 태워주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데와하크라이네가 차를 타고 지나간 호수(강 일지도 모른다.)
굉장히 큰 호수 위를 지나가는 그의 새 차는 CF를 찍는 것 같을 정도로 멋져보였다.


Viitasaari에서도 1시간을 기다리자 또 다른 차가 왔다. 운전자 안느와 조수석에 앉은 그녀의 친구 칼레. 비타사리에서 오울루까지는 아직도 먼 거리였고, 핀란드에서의 해는 너무 빨리 지는 바람에 운전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먼 거리를 함께 해줬고, 우리의 카우치서핑 호스트네 집 앞 까지 태워주고 갔다.

우리를 내려준 도로는 좁은 도로였고 어두운 밤이라 운전자 안느는 차에서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 이위베스퀼레에서 오울루까지는 총 300km가 조금 넘는 거리가 꽤나 있는 곳이었는데, 우리는 운이 좋게도 두번의 히치로 오울루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오울루 카우치서핑에 응해 준 우리의 호스트 비스키, 아니 비스키의 집사 티나.


티나와 인사를 하는 동안 비스키는 어느덧 식빵자세를 하곤 우리에게 관심을 잃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닝겐이 왔다.


채식주의자 티나는 늦게 도착한 우리를 위해 저녁을 준비 해줬다.
나물과 밥으로 리조또같은 걸 만들어줬는데 맛은 제사음식 나물을 밥에 비벼먹는 맛이었다. 특히나 나물이 내가 좋아하는 고사리 맛이 나는 나물이었다.

+ 아직도 티나에게 고맙고 미안한 것은 도착한 첫 날 식사를 마치고 오울로에서의 관광 계획을 짜는 도중 알게된 사실에 대해 티나에게 알릴 때였다. 왜냐하면 우리는 티나집에 3박 4일간 신세를 지기로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다음 목적지인 케미 호스트집 방문 날짜가 하루 더 뒤에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둘이 끙끙 거리고 있으니 티나는 너무 고맙게도 괜찮다면 자신의 집에 하루 더 머물로도 된다고 하였고 우리는 4박 5일이라는 긴 시간을 티나네 집에서 함께 하였다.
정말이지 4박 5일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티나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우리 맘을 아는 건지 비스키가 같이 놀아줬다.
(난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고것을 넌 콱 물어븐 것이여.)



그 뒤로도 우리의 머리 맡엔 항상 비스키가 있었는데, 요 잘생긴 녀석은 밤마다 방을 휘저었고 나중엔 내 배 위에 올라와 잠을 잤다. 작은게 보기보다 엄청 무거웠다.


아침엔 비스키가 엉덩이로 나를 깨웠다. 내 얼굴 위에 앉으니 안 일어날 수가 없지.
그리고 티나는 아침부터 우리에게 팬케잌을 만들어줬는데, 팬케잌에 레몬껍질을 넣어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에 티나의 부모님이 직접 따다 주신 산딸기?(정확히는 우리가 아는 그 산딸기가 아니지만 맛은 비슷했다.)와 베리류 아이스크림 또는 쿠키엔 아이스크림을 얹어 완벽한 아침을 준비해주었다. 게다가 오트밀크를 넣은 커피는 아침을 시작하기에 최고였다.


이보다 더 친절 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게스트를 받는다면 이렇게 까지 해줄 수 있을까. 티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울루 지도에 포스트 잇을 붙여 관광지와 추천지를 표시해주었다. 이 지도 하나면 오울루 관광끝이다.

pikisaari (전통한옥집)

이 날 역시 오울루는 엄청 추웠고 비&눈이 내리는 상황이었는데, 티나가 자신도 은행에 볼 일이 있다며 우리와 같이 나가 간단한 듯 간단하지 않은 가이드를 해주었다.
culiure centre&comicsshop -> pikisaari 나무집마을 -> library 까지. 그리 멀지는 않지만 날씨가 대단했다. 셋다 코와 귀가 빨갛고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지도 못할 정도였지만 하얀 오울루와 티나는 너무나 예뻤다.



library

티나는 우리가 추워보였는지 이 건물 2층에 만화책이 있다며 소개를 해주고 먼저 갈테니 우리의 시간을 가지라며 떠났다. 내부는 따뜻하고 열린 공간이 많아 쾌적했다.
1층 입구에서는 중국 사진 전이 작게 전시되어 있었고, 2층에는 아시아 만화책들도 있었는데 우리나라 만화책은 한 권에 여러장르의 만화가 한 편씩 편집되어 있는 월간 만화식의 책이 전시되어있었다. (예전에 있었던 밍크같은 만화잡지책이었다.)


한참을 구경하다 나오니 벌써 해가 진다. 아직 시간은 4시도 안됐는데.


집에 오니 티나가 또 저녁을 준비해주었다. 호박죽 같은 모습이었는데, 속에는 여러종류의 콩들이 들어간 달콤새콤따뜻한 스프였고 밖에서 떨다 들어온 우리에게 너무 멋진 한 끼였다.


이 날 저녁 티나는 일을 하러 나갔는데, 저녁에 남자친구집에서 자고 다음날 온다며 집에서 편히 쉬라했다. 이 때 느꼈다. 아, 사람을 믿는 다는게 이런 건가. 어떻게 처음 본 우리에게 집과 고양이를 맡기고 자리를 비켜줄 수 있단 말인가. 사실 남자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 했을 때도 너무나 착한 티나가 우리가 하루 편히 쉴 수 있게 일부러 자리를 비켜줬나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같은 티나가 해주고 간 스프와 팬케잌을 든든히 다 먹어치웠다.


날씨가 어제보다 많이 풀렸다. 티나네 집 바로 뒷 골목은 이렇게 예쁘게도 생겼다.


어제 갔던 도서관에 와이파이도 잡을 겸 들렸다. 우리는 와이파이 하이에나들.
와이파이와 폰 없이 어떻게 사나 모르겠다.


그 전 날 티나가 데리고 와 준 곳이다.
갤러리가 있는 이곳에 어제는 문을 닫았어서 못 봤던 전시를 보기 위해 다시 들렀다.
(다 가까이 있다.)


오늘은 우리가 요리사.
티나는 채식주의자다 보니 한국음식에 한계가 더 오는 듯 했다. 해외에서는 한국에서 평범했던 재료들을 구하기 쉽지 않고 요알못인 나는 손도 못댄다. 그러니 요리를 잘하는 UK이 항상 요리를 한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해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쉽게 할 수 있는 두부덮밥. 사실 요알못인 나는 두부덮밥과 마파두부의 차이를 모르겠지만 일단 맛있다.
한국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두부덮밥에 고추가루를 엄청 넣었는데 다행히 티나가 엄청 좋아했다. 매운 걸 좋아한다고 한다.

밥을 다 먹고 나니 티나가 세탁기를 돌릴꺼니 빨랫감을 달라고 한다. 확실히 티나는 엄마과다. 갖고 싶다 티나.



세탁기가 열일 하는 동안 나온 이곳은 스케이트 장.
티나의 집 바로 앞에는 하키체육관과 스케이트 장이 있다. 티나는 겨울의 핀란드에 왔으니 핀란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핀란드에서 사우나를 하고 맥주를 마시면 다 인줄 알았는데, 겨울의 핀란드 매력은 끝나지 않았었다.


8시 30분이 넘은 스케이트 장. 당연히 문을 닫았었고, 이 곳 관리자 분들이 바닥정리를 하고 계셨는데, 티나는 우리를 위해 관리자 분들과 대화를 나누더니 입장허락을 받았다.
우리에게 한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내가 티나에게 우리를 위해 이 큰 스케이트장을 빌리다니! 대단해! 라고 하니 연신 웃는다.)


한국에서도 스케이트 장은 가봤다. 하지만 나는 스케이트 장에 설치된 휀스들과 친했지 이렇게 가운데 떡하니 서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4,5년전 쯤인가 봉사단체에서 갔었는데 초등부 아이들은 내 모습을 보고 엄청 좋아했다지. UK의 표정에서 그 때 그 초등부 아이들의 표정이 보였다.)





티나가 차근차근 알려줬는데, 아마 일주일만 배우면 직진은 할 수 있을 듯 했다.
(이 날 티나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말이다.)

  

  

서 있는 것도 힘들어 하는 내 곁에 UK이 다가와 내 포즈를 따라한다.
난 결코 춤을 추려던 게 아니다. 저건 서 있는 거다.
(사진에서 티나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한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 역시 시간은 상대적이다.
실컷 웃고 놀다 들어와 티나는 코코아를 우리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준비했다.
놀았으면 당을 보충해야지.


전 날밤을 불태운 우리는 푹 자고 일어나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식사를 했다.


아침을 다 먹고 나니 비스키는 눈 내리는 밖을 구경중이었고


한 껏 머리가 화난 UK은 설거지를 하며 나갈 준비를 했다.


이 날은 내 인생에 잊지 못할 날이 될 날이었다.
우리는 집에서 부터 꽤나 먼 거리를 걸어 Merikoski라는 바다에 접한 곳에 수영복을 가지고 나왔다.
이 날은 바로, 아이스스윔을 하는 날이었다.

정말 아쉽게도 헐벗은 우리는 너무 추워 사진을 못 찍었다.
처음에 동영상을 찍기위해 준비해둔 카메라로 1차 시도하는 장면을 찍긴 했으나 내 몸매 보호를 위해 올리진 못하겠다.

1차 시도에서 UK은 반신욕 정도, 티나는 전신에 물을 적시고 나왔지만 나의 발가락이 눈 위의 추위에 이기지 못하고 무릎정도의 높이에서 뛰쳐나와버렸었다. 하지만 탈의실에 들어와 몸을 좀 녹이고 나니 아쉬움이 커졌고 티나가 탈의실 안에 있는 방명록에 이름을 적으란 말에 다시 뛰쳐나왔다. 이름을 적으려면 수영까진 아니더라도 몸은 축이고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2차 시도를 하기위해 탈의실에서 나가려니 티나는 벗었던 옷을 다시 입고 함께 해주었다. 우리가 나가는 소리를 들었는지 UK도 나와 함께 해주었는데 추워서 그랬는지 감동 받아 그랬는지 울컥했다.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닌데 그 당시엔 그랬다.
다행히 두번째에는 셋 다 몸을 푹 담그고 나올 수 있었는데 난 사실 UK과 티나가 아니었으면 다시 할 생각도 못했었을 것 같다.


영광의 방명록. 나는 이 날 방문한 31번째 사람이었고 한국어로 이름을 적고 그 옆엔 영어로 FROM KOREA라고 적었다. (이 동네 주민들은 다들 적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우리 말고도 여러 주민분들이 와서 몸을 적시고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여러 아주머니들께 응원도 많이 받았다.)


핀란드에서 사우나가 아닌 얼음수영을 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에 와 티나가 준비해준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개인적으로 긴장을 했던 탓인지 밥을 엄청 먹었다.

+ 사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걸 왜 해야하지 하는 생각을 조금 했었다. 추운 것도 좋아하지 않고 한 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씻는 나였기에 얼음수영은 생각도 못 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하고 나니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온 몸에 근육들이 마사지를 받은 느낌이었다. 상쾌하기도 하고 해냈다는 만족감도 높았다. 하지만 또 도전 할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항상 식사 후 디저트를 먹는 것 같다.
오른쪽의 빵은 Runeberg day라는 명절에 먹는 Runebergintorttu라는 빵인데 촉촉하고 달아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티나가 우리에게 얼음수영 완주 메달을 줬다.
이 천은 우리배낭에 있는 매트를 덮는 커번데, 센스넘치게도 티나는 아티스트끼를 냈다. 메달을 저렇게 그려줄 줄이야. (저 커버는 구청에서 받을 수 있는 플랭카드 천으로 직접 꿰매 만든 커버다.)


셋이 한 참을 놀다 한 숨 자고 고픈 배를 잡고 일어났다. 이번엔 UK이 준비한 저녁시간.
그러고 보니 우리 셋, 먹는 건 엄청 잘 먹는 것 같다.
(UK은 손이 큰 건지 항상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드는데 티나는 배가 부르다며 다 먹는다.)


두둔, 티나네 마지막 밤의 하이라이트.
티나가 점심을 해주는 동안 우리가 숨 죽여 놓은 배추.
티나가 한국의 김치가 먹고 싶다고 해서 낮에 집에 오는 길에 사온 배추를 소금에 절여두었었다.


저녁을 다 먹고 나니 배추가 숨이 죽어 본격적으로 김치 만들기에 도전했다.
UK도 나도 김장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요리에 소질 있는 UK과 늘 김장을 해왔던 울 엄마 조수인 내가 있으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 도전.


우리가 김치를 만드는 동안 티나는 직접 김치 레시피도 만들었다.


완벽한 재료들은 아니지만 나름 성공적인 김장. (겨우 작은 배추 한 포기의 김장이었지만) 갓 버무린 김치는 짜고 매웠지만 하루 기다리기로 한다.


김장을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의 마지막 밤.



비스키도 마지막 밤인 걸 아는 지 곁에서 떠나질 않는다.


오울루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 역시나 식사는 티나가 준비해줬고 다행히도 김치는 티나가 엄청 맘에 들어했다. (빵 위에 김치를 얹어 먹는 모습이 처음에 놀랍고 우수웠지만 여기서는 밥 대신 빵을 먹으니까.)


티나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 KEMI 목적지를 적은 종이.
잊지 못할 오울루의 날들이었다.


감사합니다. 데와하크라이네, 칼레, 안느, 티나. + 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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