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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일 금요일

[Travel-post] 3박 4일간의 케미 in 핀란드 (D+43, 2018.1.29)



오늘도 역시나 날씨가 너무나 좋다. (날씨도 좋고 우린 이른 시간에 나갔지만 역시나 해가 짧은 여기는 한국의 오후 4~5시 사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이킹을 시작한지 45분만에 바~보('바' 뒤에 ~이렇게 발음을 흘려야 한다. 이름을 말해줬는데 우리에겐 이렇게 밖에 들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핀란드의 발음 차이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름을 부를 때 미안한 맘이 들었다.)가 Linnanmaa까지 태워줬었고, 그 곳에서 우리는 황당한 일을 당하게 된다.



짜잔. 여기는 바로, 경찰차 안이다. 바~보가 가고 난 뒤에 25분이 지나자 경찰차가 우리 앞으로 달려와 섰고 고속도로 위는 위험하다며 Haukiputaan의 어느 주유소에 세워주었다.


그래도 조금 더 북쪽으로 이동한다며 좋아하고 있는 UK.
(우리는 핀란드의 북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주유소면 좋겠지만 굉장히 한 적한 마을 안의 주유소 앞에 세워주고 유유히 떠나는 경찰차.

+ 우리를 안전한 곳에 태워 준 경찰관은 굉장히 잘 생겼었다.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 간직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뭐 잘한게 있다고 사진을 찍으리오. (히치하이킹을 하더라도 차가 정차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시도한다면 불법은 아니지만 고속도로에서 차가 도로에 정차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고 그렇게 유도하는 우리도 불법자가 되므로 장소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너무나 한 적한 동네.


그 한적함을 걱정한 지 1시간 반이 지나자 티모가 와서 말을 걸었다.
여기서 히치하이킹으로 케미를 가기엔 굉장히 어려울꺼라고.
그리고는 좀 더 쉬운 고속도로 위로 대려다 주었다. 얼마나 친절하던 지.


다행히 그는 고속도로 위에서도 버스 승강장이 있는 곳에 우리를 내려주었고 우리는 다시 안전하게 히치하이킹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단 20분 만에 야코라는 운전자가 우리의 목적지 케미까지 태워다 주었는데, 그는 케미에서도 조금 더 북쪽에 살며 우리가 묵을 데가 없다면 자기네 집에서 지내도 좋다며 호의를 배풀어주었고, 우리가 걱정됐는지 명함에 연락가능한 번호도 적어주고 난 뒤 떠났다.
하지만 케미에 도착했을 때 꽤나 어두웠고, 많은 인사를 나누느라 사진찍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케미에서의 호스트 안티는 우리를 시원한 맥주로 맞아 주었고, 오븐에서 피자가 익을 동안 그의 악기들을 소개해주었다. 예전 호주에서 본 호주 전통악기 디저리두(Didgeridoo) 연주를 선 보였고, UK은 그가 좋아하던 네팔 전통악기 싱잉볼(Singing bowl)을 연주해보았다.

내가 많이 봐왔던 네팔의 싱잉볼은 모두 금속으로 만들어진 줄 알았는데 이것은 도자기로 만들어진 싱잉볼이어서 신기했다.


약간의 악기소개가 끝난 후 저녁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눴었는데, 안티의 목소리가 엄청 낮고 굵어 동굴안에 있는 것 처럼 소리가 울렸었다. 그리고 안티는 '허허허'하는 산타할아버지 같은 웃음소리가 매력포인트였다.

+ 핀란드어로 건배는 '키피스'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있으니 안티의 친구 엔드리게가 왔다. (엔드리게는 스페인사람이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갈 때 쯤 안티가 본인의 취미생활인 타로 점을 봐줬는데, 핀란드에서 타로 점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미 대중화된 우리나라에서 볼 때 보다 더 긴장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는 전문적으로 점을 봐주는 사람이 아니라 저 책이 꼭 필요했다.)

+ 안티가 가진 타로 카드는 칼레발라 이미지를 가진 타로카드라고 하였었는데, 칼레발라는 핀란드를 시적으로 이르는 말로 '영웅들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 날 저녁, 안티와 우리는 밤 늦도록 대화를 나눴고 다음 날 아침 매우 늦은 아침을 맞이 하곤 밖으로 나왔다. 안티가 커피와 맛있는 디저트가 있는 카페로 우리를 데리고 가주었는데, 우리가 너무 늦었던 탓인지 카페 안은 이미 인산인해.

카페는 못 갔지만 4시 반에 문을 닫는 다는게 나에게는 너무 신기해서 한 컷 찍어두었다.


아쉽지만 카페를 뒤로 하고 우리는 그의 친구 엔드리게네로 갔다. 가는 길에 안티가 우리를 위해 특변한 디저트들을 사왔는데, 왼쪽엔 오울루의 티나 집에서 먹었던 Runebergintorttu와 처음 도전하는 Mammi. 그리고 엔드리게가 내린 굉장히 진한 에스프레소를 함께했다.

Mammi - 맘미라는 이 검은 케잌같은 디저트는 핀란드의 부활절에 먹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호밀 맥아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디저트는 먹을 만큼 앞 접시에 덜어 위에 생크림은 얹어 수푼으로 떠먹는다. 맛은, 불량식품 '호박꿀 맛나'의 속에 있는 호박꿀 맛이 나는데 Runebergintorttu와 Mammi를 먹은 우리는 비로소 핀란드의 디저트를 모두 맛본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달달한 디저트들과 카페인으로 충전한 우리는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어느 산 속에 들어갔다.


핀란드의 나무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굉장히 작게 만들고 사람마저 그림으로 만들어준다.



조금 걷다 보니 이렇게 생긴 움막들이 띄엄띄엄 설치 되어있는데, 속이 깊고 별도의 전등이 없어 굉장히 어두웠다.

  

UK과 내가 두둠칫 하는 사이 안티와 엔드리게는 능숙하게 나무들을 깎아 불을 피우고 맥주는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여기서 굉장히 흥미로운 게 있었는데, 이곳은 일반 주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개방된 장소로 움막 안에 둥글게 설치된 의자 밑에는 항상 불을 피울 수 있는 장작들이 쌓여있다고 한다. (우리가 이 장작은 누가 가져다 놓냐고 물으니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아마 공무원들이 가져다 놓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좋았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지만 굉장히 깨끗했다.


엔드리게가 나무로 만들어 준 소세지 꼬챙이. 꼬챙이가 소세지에 비해 꽤 두꺼워 불 속으로 들어가 버린 소세지가 많았다지. 그리고 소세지가 채식자용이여서 더 잘 부러진 것 같기도 하다.


소세지를 실컷 먹고 내려오는 길에 보인 핀란드의 흔한 스키타는 광경.
아주 어린아이들이 스키를 얼마나 잘 타는지. 스틱도 없이 잘도 탄다.


케미에서의 첫 호스트 안티는 내일 오울루로 간다. 그래서 저녁은 우리가 준비한 두부덮밥과 계란만으로 만든 양파전이었는데, 두부덮밥이 꽤나 매웠을 텐데도 안티와 엔드리게는 엄청 맛있게 먹어주었다. (오랜만에 얼큰한 맛의 음식을 먹어 너무 좋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 넷은 여러 악기들(디저리두와 싱잉볼, 콩가?(카혼과 비슷한 타악기였는데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을 각자 하나씩 맡아 연주했는데 한 40분여 정도 온 집 안을 악기소리로 가득 채워 악기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온 몸에 긴장과 전율이 함께한 시간이었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다.


오울루로 떠나는 안티는 우리에게 든든하고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줬고, 식사를 마치자 엔드리게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우리는 케미에서 하루를 더 묵어야 했는데 엔드리게가 자신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도 좋다고 해주었다.


아침 디저트는 엔드리게 집에서. 엔드리게는 에스프레소를 잘 내린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저 쿠키는 생강맛이 나는 쿠키였는데 에스프레소와 먹으니 딱이다.

그리고 몇 일을 바삐 보낸 우리의 맘을 어떻게 알았는지 엔드리게는 빨래할 것이 있으면 달라는 말과 오늘의 일정에 대해 물어보며 쉬고 싶다면 자신의 핫스팟을 켜줄테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라 해주었다. (엔드리게네 집에는 별도의 와이파이가 없었는데 1박 2일 동안 부지런히도 핫스팟을 끄고 켜고 신경써주었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스페인에서 온 엔드리게는 스페인 오믈렛을 우리에게 대접해주었는데, 맛보고 나니 스페인이 더 기대됐었다. 

+ 오믈렛과 오믈렛 소스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식용유가 들어갔는데, 튀기든 굽든 기름이 많이 쓰이는 음식은 다 맛있나 보다.


식사를 다 하고 우린 같이 찰리 채플린이 나오는 모던 타임즈 영화를 봤고, 차를 한 잔 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위에 보이는 나무로 만든 향 그릇은 엔드리게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향 그릇이 매우 매끄러웠다. (그 전날 산 속 캠핑장에서 소세지 꼬챙이만들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옆면에는 다양한 문양이 있었는데, 이 문양은 Sapmi drum의 문양이라고 하는데 북유럽의 사미 사람들의 문화에서 샤머니즘 의식의 드럼에 새겨져 있는 문양들 중 몇가지라고 한다.

또, 향 그릇 위에는 타다 남은 나무조각이 있었는데, 이 나무조각은 한국이름으로는 '유창목'이라 불리는 나무로 향이 엄청 좋았다.


어제는 두부덮밥, 오늘은 양파덮밥. 역시나 매운 고추가루를 엄청 뿌려먹었는데 엔드리게는 잘만 먹는다. (사실 조금의 땀을 흘리긴 했으나 맛있다며 먹더라.)

역시나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음악 삼매경. Tongue drum을 연주하는 유투브를 봤는데 나는 이 날 텅 드럼을 처음 접해봤고 세상에는 정말 매력있는 악기가 많다는 걸 알았다.


케미에서는 2명의 호스트와 함께했는데, 둘 다 첫 날 부터 함께 했던 지라 카우치 서핑 장소가 바뀌었다는 게 별로 실감나지 않았다. 그 만큼 둘 다 너무나 친숙하게 대해줬고, 넷이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음악이라는 멋진 매체 덕이 아닌 가 싶다.


감사합니다. 바~보, 경찰관, 티모, 야코, 안티, 엔드리게.


댓글 2개:

  1. 너무 좋은것들을 많이 보고 계신거 같아 좋네요. 사진만 봐도 즐겁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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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ㅋㅋㅋ근데 우리 블로그 업로드가 너무 느려서 걱정이야ㅠㅠㅋㅋㅋㅋ
      게으름의 결과가 이렇게 클 줄이야..거의 한 달 전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니ㅠ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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