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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일 금요일

[Travel-post] 3박 4일간의 로바니에미 in 핀란드 (D+46, 2018.2.1.)

  

자, 산타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로 출발.


이 날은 시작이 엄청 좋았다.
엔드리게 집에서 아침을 먹고 로바니에미로 향하는 도로에 엔드리게가 우리를 바려다 주었었는데, '로바니에미'가 적힌 박스를 들고 장소를 물색하던 우리에게(정확히는 히치하이킹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안티(케미에서의 첫 호스트와 이름이 같았다.)가 태워주겠다며 먼저 말을 걸어왔었다.

테볼라라는 곳 까지 태워주며 대화를 했는데 그는 10명의 자녀가 있었고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사진을 보자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 유전자는 힘은 대단하다. 


  

그렇게 운 좋게 테볼라에서 오늘의 첫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시작이 너무 좋았어서 기분 좋은 UK.


40분쯤 지나자 에이키라는 건축관련 일을 하는 아저씨가 태워줬는데, 오늘만 벌써 봉고차를 2번이나 타는 행운을 맞았다. (나는 큰 차를 엄청 좋아한다. - 시야가 높아서 좋다.)

에이키는 St1 Makipeura 라는 테볼리에서 얼마 떨어지진 않은 휴게소에 태워줬는데, 우리는 여기서 식사를 해결할 기회를 얻게 됐다.


사실, 이 점심식사는 약간의 눈물 젖은 식사였다.
아침에 운을 다 써버린 탓인지, 그 휴게소에서 부터 로바니에미로 가는 차는 1시간 반 동안 없었고 춥고 배도 고파 일단 휴게소에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것이다. 휴게소에는 온갖 음식들이 우리를 유혹하지만 높은 가격의 음식들이여서 넘볼 수 없었다.
그래도 또 좋은게 인스턴트 음식을 데워먹을 수 있는 전자렌지와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어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왜 눈물 젖은 식사였는가 하면... 난 여기서 내 배낭에 바느질을 해야 했다. 어깨부분이 무거운 내 짐을 버티기엔 한 없이 늘어져있었고, 일반 바늘밖에 없던 나는 골무도 없는 엄지와 검지를 써가며 힘겹게 바느질을 했었다. 
(여행 전에 킬리가방이 좋다는 소문에 구입을 했었지만 사용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내 양쪽 어깨 끈 들은 알록달록한 색의 실 들로 꿰메져있다.(참고로 내 배낭은 15키로가 조금 넘는다.) 여행이 끝날 때 쯤에는 좋은 배낭이 어떤 배낭인 지 알 수 있겠지. 역시 뭐든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나 보다.)


한 시간 반의 기다림 + 한 시간 반의 식사시간 + 30분의 기다림으로 인해 우리는 안네를 만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마지막 기다림이 길었던 탓에 나는 또 차에서 잠에 들고 말았었고, 안네와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 했다.


로바니에미는 걸어다니며 구경해도 충분할 정도로 조금 작은 마을이었다.



로바니에미의 호스트 페코네 집에 도착하니 각종 무민캐릭터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나는 요 리틀 미이를 좋아한다. 솔직한게 매력이 아이.

  


케미에서 워낙 일찍 출발했던 지라 로바니에미에서 호스트를 만나 인사를 하고 짐을 풀었는데도 낮 3시가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볍게 로바니에미 시내를 구경할 겸 집에서 나왔고, 앞서 말했듯이 이 마을이 워낙 작아 구경을 금방 마칠 수 있었다.

로바니에미는 산타마을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곳곳에 핀란드 캐릭터인 무민과 산타마을의 상징들을 볼 수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호스트 페코가 캠핑 갈 것을 권했었는데, 내겐 오늘 하루가 너무 길었던 터라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캠핑이 취소되자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지 페코가 요리솜씨를 선보였는데, 병아리콩이 이렇게 맛있었는 지 처음알았다. (한국에 있을 때 병아리콩이 다이어트에 좋다고 산 적이 있다. 물론, 결혼식을 앞두고 도전을 했었는데 요알못인 내가 맛있게 요리를 할 일은 없었고, 간식으로 먹어치워졌었다.)


다음 날 아침, 날씨가 좋았다. 겨울의 북유럽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아 맑은 날이 아쉬웠는데 푹 자고 일어난 아침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이 너무나 좋아졌었다. (사실 어제 몸이 너무 안 좋아 밥을 먹자 마자 잠을 잤다.) 


내가 기분 좋으니 UK도 기분이 좋다.
(내가 안 좋으면 UK도 안 좋을 수 밖에, 그는 내 칭얼댐을 다 받아주는 상대다.)


마을은 작지만 레스토랑이나 거리 곳곳에 아기자기, 아니 꽤나 큰 장식들이나 소품들이 놓여져있다. 날씨도 컨디션도 다 좋다.

날씨도 좋고, 이곳이 산타마을로 유명하다 하니 안 가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을이 작아 우리에게 시간이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버스를 타고 삼사십분을 가니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산타마을이 나왔다.



아기자기하게 예쁜 이 마을은 눈과 맑은 하늘이 그 아름다움을 더 돋궈줬다.


진짜 산타가 있다는 산타클루스 오피스.! 입구에서는 별 기대 없이 들어갔었더라지.



산타 오피스에서 만난 지영언니. 확실히 이곳은 관광지 답게 중국사람들이 매우 많다. (내 기준에 중국사람들이 많은 곳은 관광지.) 
그래서 한국사람을 만날 거란 기대를 별로 하지 않는데(사실 한국사람을 만나더라도 서로 인사하기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부끄부끄,,,) UK과 한국말로 대화하는 걸 본 윤지영언니가 먼저 다가와줬다. 혼자 여행온 언니는 굉장히 계획적이고 꼼꼼해서 이 짧은 만남에서 우리는 많은 팁을 얻었다. (그런 것에 비해 또 은근 칠칠치 못하신 듯했다. 가방은 활짝 열려있고 손에 뭔가를 많이 쥐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웠다.)
언니는 이 후 오로라를 보러 갈 계획이라고 했었는데 나중에 인스타로 오로라 사진을 보내주셨다.


  

산타를 보고 나오는 길.
산타를 만나는 곳에선 거기서 찍어주는 사진 이외에 카메라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거기서 찍어주는 사진은 비싸서 산타할아버지와의 포옹만 기억하기로 했다. (산타할아버지를 만나기 바로 전 입구에서 요정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산타할아버지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해주셨다.)

+산타할아버지를 만나는 곳은 조금 상업적인 느낌을 가졌다고 느껴졌었는데, 우습게도 산타할아버지를 마주하는 순간 착한 일은 하지 않은 꼬마애의 마음마냥 떨리고 무섭고 설레는 기분이었다. 

  

산타할아버지를 보고 나와 한 껏 들떠 있는 우리들.
'산타할아버지 진짜 계신다. 핀란드에'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모든 사진은 아이폰6로 찍은 사진들이다.
그렇다 보니 표현하고 싶은 게 잘 표현되지 않을 때도 있고 예쁜 필터덕에 더 예쁘게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나무 위에 있는 한국국기는 내 눈에만 보이겠지.
(대단한 애국자는 아닌데도 한국국기를 보면 왜 뿌듯하고 울컥하는지 모르겠다.)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은 북극권(North cicle)의 경계에 위치하는데 핀란드의 남쪽에서 부터 올라온 터라 이 마을이 더 예쁘게만 보였다.


산타할아버지의 루돌프들은 돈을 벌고 있다. (순록이다.)



순록들 앞에는 이렇게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데, 그 주변의 의자는 순록의 가죽과 털로 되어 있어 에스키모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

  



산타마을 역시 많은 상점들이 있는데 이렇게 산타할아버지와 같이 있는 산타무민도 볼 수 있었다.

  

산타마을 관광을 마치고 간 악티쿰.
(여기서 또 지영언니를 만났었다.)
이곳은 북부의 자연, 문화 및 역사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인데 우리가 간 날 중국 작가의 작품 전시도 있었다.


우리는 먼저 나와 악티쿰의 지붕을 멋지게 찍고 싶었는데, 도로를 지날 수 없어 멀리서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영언니가 알려줘서 가게 된 맥도날드.
이 곳은 맥도날드 중 가장 북쪽에 있는 매장이라 요구하면 이렇게 맥도날드 엽서를 무료로 나눠준다. 나는 다섯장이나 받아왔다.

+ 맥도날드는 여기가 최북단이지만 버거킹은 노르웨이의 트롬쇠가 최북단이라고 한다.


그렇게 공짜 엽서를 가지고 집에 와 호스트를 위한 저녁으로 두부덮밥을 했었는데(역시나 UK이 했고, 페코 역시 채식주의자 였어서 두부덮밥을 했었다.) 이때까지 했던 두부덮밥 중 최고였다. 전 날 페코가 대접해 준 저녁만큼 맛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모른다.

맛있는 밥을 먹고 호스트 페코의 룸메이트 영래(영래, 욘래 사이 발음이다.), 그리고 우리 이렇게 네 사람은 핀란드에서 스페인 카드 게임을 했다. 게임 이름은 liar. 상대를 속여가며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를 다 내려놓는 게임인데 엄청난 신경전이 펼쳐진다. 안 친하면 못 할 게임인 것 같지만 우리 넷은 진지하게 오랫동안이나 게임을 했고 나는 한 번도 못 이겼다.

그렇게 집중의 시간이 끝나고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이야기를 했다. (우리를 게스트로 맞아 준 페코는 우리가 오기 전 날 핀란드 북쪽의 이나리라는 지역에 있었던 필름축제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었는데 자원봉사자라 숙박이 지원되지도 않는데 영화를 좋아해서 다녀왔었다.)

그렇게 또 예술의 시간이 끝나고 내일의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었다. 원래는 계속 핀란드의 북쪽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우리가 여행하며 만난 몇몇의 호스트들과 페코가 '노르웨이가 정말 아름답다.'라고 했기때문에 급하게 일정을 바꾸길 결정했다. 너무 급하게 일정을 변경하려니 다음 장소인 노르웨이의 정보가 한없이 부족했고 이곳에서 어떻게 이동해야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우리도 여행시작 전에는 노르웨이에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높은 물가의 끝판 대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방향을 바꿔 여행해왔었다.)

그래서 정중히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물어봤다. 하루 더 머물러도 되겠니?
페코는 정말 바빴다. 다니는 대학교에서 그 주 금요일에 시험도 있었고 면접을 보러 다녔으며 우리가 지내는 동안 면접에 통과해 출근도 했었다. 하지만 다정한 우리의 호스트. 문제 없다며 승낙해줬다. 행운이다. 이 추운 날 따뜻한 이곳에서 잔다니.


페코의 집에는 와이파이가 없어 우리는 또 노트북과 보조배터리를 챙겨 어제 갔던 최북단 맥도날드로 갔다.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른다. 내일 히치하이킹 할 곳을 찾고 그 다음 목적지의 여행정보와 다음다음 카우치서핑 신청도 하고 매일 할 일이 많다.


한참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향했다. 점심거리 사는 김에 내 간식들도 겟 (무민포장지 때문에 산 건 절대 아니다. 하하.)
우리는 분명히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맥도날드에 있었지만 비싼 햄버거 따위로 배불리 먹을 수 없기에, 매 식사는 집에서 먹고 값싼 음료들만 사 먹으며 맥도날드에 붙어있었다.

+ 우리가 맥도날드에 있는 동안 산타마을에서 만났던 지영언니를 다시 만났다. 로바니에미가 워낙 작은 탓에 구경을 해도해도 시간이 남아버린 지영언니가 심심함을 호소했었다. 그리고 언니의 약국쇼핑은 충격과 웃음을 자아냈다. (언니는 한국에서 약사로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언니는 다른 나라에서 아프거나 하면 언제든 인스타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럴 경우 약성분을 알려주겠다며 든든한 말을 해주고 떠났다. 분명히 든든한데 나한테 언니는 왜 이렇게 귀여운 인상으로 남는지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맥도날드 2차를 뛰고 온 우리는 페코와 좀 더 진지한 대화들을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항상 거의 모든 호스트들과의 마지막 날 진지한 대화가 오고간다. 우리가 준비한 인터뷰때문인데, 간혹 안 그런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침 5시에 일어나야 하는 페코를 위해 하루를 일찍 마무리 했는데(우리는 한 방에서 바닥과 침대로 나눠 잠을 잤기 때문에 비슷한 패턴으로 생활해왔었다.) 다음 날 아침 5시에 페코를 마중하고 집을 나왔었다. 마중을 위해 일어난 우리를 보고페코가 좋아하더라는.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페코의 즐거운 에너지를 받아 간다.


감사합니다. 안티, 에이키, 안네, 페코, 영래(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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