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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8일 목요일

[Travel-post] 4박5일 + 1박2일 + 1박 2일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D+26)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왔다.
밤 10시경에 탄 열차는 상트에 새벽 5시 반쯤 되어서야 도착했다.


상트의 메트로 역시 모스크바와 비슷한 모습이다.

정말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상트 호스트 이고르는 버스정류장에서 우리를 반겨줬다.


그리고 도착한 집.
집에선 이고르의 아내 제냐가 아침식사를 준비해주었다.
아침에 갓 볶은 커피 with 우유와 치즈, 소스를 바른 빵.
상트의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따뜻한 호스트 이고르와 제냐 덕에 든든히 배를 채우고 집을 나왔다.
일찍 도착한 덕에 하루를 길게 쓸 수 있었다.
그러니 우선 에너지 충전.
(둘 다 단 걸 좋아하는데 러시아에서 유명한 초콜릿들 중 '알펜 다크'가 우리 입엔 딱이었다.)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좋았는데, 버스에서 내려 도심가로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호스트의 집은 도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 또한 너무 예뻤고 우리에겐 따뜻하고 좋은 곳이었다.)

예르미타시 미술관 앞 알렉산드르 원주를 중심으로 마차를 태워주는 많은 말들이 보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지만 모스크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건물 사이로 지나가는 강과 다리가 많이 보인다.




걷다 보니 나온 카잔성당.
다른 나라에서의 성당들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느낌을 주어 볼 때마다 신비로운 느낌이다.



조금 구경하고 나오니 금세 어두워졌다.
그리고 카잔 성당 앞에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호스트들을 만났다.
(아무래도 우리끼리만 보내놓고 신경이 쓰였었나보다. 분명이 이고르와 제냐는 우리가 지내는 동안 쉬는 기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부어줬다.)


너무나 고마웠던 우리의 호스트. 이고르와 제냐.

(추운 날씨에 따뜻한 커피를 사러 들어간 카페에서 러시아 전통복을 입은 여성분이 쓰고 있던 모자로 나와 이마키스를 해줬다(앙드레 김 피날레에 나오는 그 이마키스). 'Good luck'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원래는 팁을 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른 나는 그저 신나고 해맑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곤 그 카페를 나와버렸다.)


상트 도심에서 거닐며 볼 수 있는 예쁜 곳들을 다 가이드 해주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기념사진들도 찍어주는 섬세함.

카잔성당에서 피의구원사원, 트로이트스키 다리를 지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를 구경했다.
( 트로이트스키 다리는 여름철에 다리 밑으로 지나는 유람선 때문에 대략 3시간 정도 다리를 열어 놓는다고 한다. 이때는 길을 건너기가 힘들어 보드카를 한 잔 더 할 시간이 생긴다는...핑계겠지만 요 긍정적인 사람들 같으니라구.)


상트 도심은 걸어다니기에 좋은 거리여서 우리는 호스트와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
수다를 떨며 걸으니 금방 배가 고프다. 원래는 호스트가 우리를 좋은 식당으로 소개해주려 했으나 우리가 값이 저렴하고 러시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하여 그리로 이동하기로 한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에서 Spit of Vasilievsky Island를 거쳐 걷고 걷는다.
해가 지자 많은 조명들이 반짝인다.

+예쁜 건물들이 보여 이고르와 제냐에게 물었다. '저 건물은 무슨 건물이야?'
'그냥 오래된 건물이야. 지금은 아무 용도로도 쓰지 않아.' 충격이다.



낮과 밤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던가.


알렉산드르 원주 뒤로 예쁜 골목이 보이는데 여기서는 말의 탈을 쓴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느 여행지든 다 똑같을 것이다. 탈을 쓴 사람들은 여행객과 사진찍기를 원하고 적은 팁을 요구한다.)



거리를 지나 우리는 한 블렌식당으로 들어갔다. 체인점이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맛 볼 수 있어 소개해준 이 식당. 비를 맞으며 떨던 몸을 녹이고 배채우기에 딱이었다.
(식당 이름은 'Teremok')

저녁을 먹은 뒤 우리 넷은 집 근처 'MTC'매장으로 갔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산 심카드가 말을 듣지 않아 이고르와 제냐에게 이야기 하니 그들이 알아봐주겠다고 하여갔는데, 러시아가 워낙 커서 그런가. 로밍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끝까지 해결하진 못했지만 이들은 우리 유심카드 때문에 많은 시간을 쏟아줬고 집에서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 그리고 구글의 오프라인 맵 덕에 불편함은 없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한 덕에 상트에서의 첫 날을 아주 보람차게 보냈다.


역시나 아침엔 이고르와 제냐가 준비해 준 커피와 빵을 먹고 나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커피 최고다. 원두를 먼저 볶고 커피를 넣어 달군 뒤 뜨거운 물을 붓고, 우유를 타준다. 한국에 가면 꼭 만들어 먹어야지.)

오늘은 다행히 하늘이 맑다.



생각보다 일찍 도심가에 도착한 바람에 비싼 여행지의 성지, 패스트푸드 점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 마저 사치일까봐 햄버거 하나에 커피 하나.


둘째 날은 예르미타시 미술관 관광하려 한다.
어제도 시도를 했었는데, 입구에서 보니 영어 가이드가 꽤 저렴했는데, 하루에 한 번 시간이 정해져 있어 다시 왔다. (낮 1시 40분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다.)

+모스크바에서 만났던 레베카. 원래는 모스크바에서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다 한국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우리의 권유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왔다. 그래서 이 날 우리와 예르미타시 미술관 관광부터 함께했다.


티켓은 총 2장이다. 입장권과 영어 가이드 티켓.
(입장권은 700루블, 영어 가이드는 250루블)

  



영어 가이드 시간까지는 여유가 조금 있어 예르미타시 미술관 내부 평면도 예습(?) 중.






입구부터 곳곳이 화려한 예르미타시 미술관.
영어 가이드 시간은 생각보다 짧겨 느껴졌고, 영어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오디오 가이드에 한국어도 있다고 하니 그걸 추천한다.


우리 셋은 미술관 내부의 카페에서 목을 축이고 찬찬히 미술관을 둘러보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건물 내부에 있는 카페는 엄청 비싸다. 그리고 이때는 몰랐는데, 예르미타시 미술관을 단 몇 시간을 계획해놓고 들어가면 후회한다. +호스트 제냐가 학생 때 미술관 관람을 하는데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20년을 봐도 다 못 본다'했다 한다.)


각 방을 둘러 볼 때 고개를 들어 천장도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천장 문양, 샹들리에 등 방마다 다 다르다.


이 곳은 UK, 레베카, 나. 셋이 다 좋아했던 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을 꿈꾸겠지.


색이 예뻐.


4시간을 구경했다. 물론 다 못봤다.
해가 지고 말았고,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6시에 문을 닫는다.


정말 너무 아쉬웠다.
우리에게 700루블은 적은 돈이 아니었기에 다음 날 다시 올 수도 없었지만, 이 곳 주민들이 너무 부러웠다.


저녁시간엔 호스트 이고르와 제냐, 그리고 그들이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했는데,
우리때문에 상트까지 오게 된 레베카에게도 함께 했다.


이고르, 제냐, 그들의 친구 샤샤와 이라, UK, 레베카, 나 이렇게 7명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리를 이동 하기 전에 '생일축하해'라는 러시아 말을 가르쳐 주었다.
'스 드뇽 로즈베니아!'


저녁을 먹었으니, 이제 오늘 밤을 즐기러 이동.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은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했 듯 강과 다리가 많다.)


처음 갔던 술 집은 문이 닫혀 있어 다른 술 집으로 이동.
(영어도 잘 안되는 나에게 어디로 갈지 결정권을 던져줘 긴장했더라지.)




이고르와 샤샤가 주문해준 랜덤 보드카. 러시아에 왔으니 보드카 맛은 봐야하지 않겠냐며,
(이게 시작이었다.)

차를 가져와 운전을 해야 하는 이라가 랜덤으로 보드카를 나눠주었고 내가 먹은 보드카는 초코맛. 초코푸딩 맛에 알콜 향이 약간 났다. 단 맛에 속으면 안된다.



그 뒤로 보드카 2잔씩 더.



그리고는 이동 전 카페에서 가르쳐 준 '생일축하해' 동영상을 제작했다.
생일의 주인공은 이 자리엔 없지만 축하드립니다. 이리나씨. ;)

+ 식당에서 가르쳐 준 '생일축하해'라는 러시아어 대신 또 다른 러시아어로 동영상을 만들었다. 그 중 내 파트는 '스챠이스시야' 'Be happy'라는 뜻을 가졌다고 알려준 것 같다. 보드카를 3잔이나 마신 뒤라 정확한 기억이 아니다.


동영상 제작 후(보드카 3잔 후) 본격적인 보드카 파티를 위해 우리는 샤샤와 이라의 예비 신혼집으로 초대되었다. 이들은 다가오는 2018년 5월에 결혼 할 예정이라 했다.

그리고 슬라와와 로브가 참석했다.


정말이지 본격적인 보드카 파티 시작.
이들은 집에 있는 여러 종류의 술을 꺼내보였고, 사진 속엔 잘 안 보이지만 저 뒤로 보이는 찬장 위엔 많은 술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의 호스트 겸 보드카 선생님과 댄스 선생님.
(왼쪽의 이고르가 댄스담당, 오른쪽의 제냐가 보드카담당이다.)

  


우리들의 댄스 선생님 이고르. 다양한 종류의 보드카들을 친절히 설명한 후 '츄츄'하게 따르는 중. '코리안 츄츄'와 '러시아 츄츄'의 차이가 웃겼다.
('츄츄'는 러시아 말로 '조금'이라는 말인데, 츄츄를 외쳐도 보드카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이 날 이고르 표정이 무척이나 밝았다. 내 기분 탓인가.


독한 보드카라 정말 츄츄하게 주는 친절한 이고르.


보드카 먹는 속도가 안주 먹는 속도 보다 빨라지자 집 주인 이라와 샤샤가 어머니께서 담궈주신 토마토 피클을 꺼내줬다. 도수 높은 보드카와 시큼한 토마토 피클은 잘 어울린다.


그리고 도착한 안주. 여러 종류의 피자들과 파이.


그럼 또 다른 술이지.

  

부어라 마셔라. 보드카 그리고 그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즐거울 것 같다.



자자, 이때까진 아직 괜찮다.


어어, UK 얼굴 너무 빨간데? 사진은 왜 이렇게 흔들리나요??





으아아, 뚜렷해지지마.
이고르, 이런 사진... 감사합니다. ;)



그렇게 주스까지 타 마시며 마신 보드카들은...
귀엽고 싶은 우리의 본성을 드러내주었고..
(사실 사진 제일 오른쪽에 있는 정말 귀여운 로브의 트레이드마크 포즈다. 안 귀여운 우리도 따라해본다. 보드카 마신김에.)


샤샤와 이라의 집에서 나온 우리는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추운 러시아에서 독한 보드카를 마시면 이렇게 됩니다.


로브와 제냐가 만든 보드카를 탔지만 주스여야만 하는 이 음료.
마시라고 주니, 또 난 즐겁게 마셨다.
(술 자리는 좋아하지만 사실 술을 잘 마시진 못한다. 늘 UK이 잘 마신다고 오해하길래 한 자 적어본다.)


그만 마셔...과거의 JIN. 후회할꺼야.
옆의 UK 표정이...감사하다. 같이 살아줘서.


길에서도 놓지 못한 보드카의 흥을 마쳐야 할 때다. 내일을 위해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물론 우린 이고르와 제냐 집으로 간다.
사진 속 제일 오른쪽의 로브, 빛이 나는 군. 귀여운 아가씨.



보드카를 마시면 이렇게 즐겁다.

+ 사진을 보면 많은 돼지들이 보인다.
제냐가 쓰고 있는 안대,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돼지 지갑.
우리의 호스트 이고르와 제냐는 돼지를 엄청 좋아한다. 집 안 곳곳에 돼지가 숨어있고, 서로 주고 받은 메시지에도 온통 돼지 이야기와 인스타그램이라는 앱에서도 돼지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점이 굉장히 재밌었다. UK과 나는 코끼리를 엄청 좋아한다. 사실 일반적으로 돼지와 코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 더 흥미로웠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역시나 아침을 준비해줬다.
오늘은 특별히 커피에 피자다. (어제 먹었던 피자인 건 안 비밀.)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고르와 제냐는 우리가 지내는 동안 쉬는 기간이었다.
그런데도 자기들의 시간을 우리에게 많이 내주었다.
'오늘은 뭐할 계획이야?'
'우린 계획이 없어.'
'그럼 우리가 안내해줄까? 같이 갈래?'
'응, 고마워'
이런 식이다.

그래서 간 곳은 여름정원이라 불리는 Peterhof공원, 여름에 가면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의 러시아도 좋았고,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여름에는 입장료를 받지만 겨울에는 무료개방이다.



공원이 굉장히 넓고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우리와 결혼시기도 비슷한 이 커플. 예뻐서 자꾸 찍어주고 싶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런 문에 다다른다.
문을 지나치면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는데, 사진 속 바다가 너무 흐려서 못 올렸다.
그리고 러시아는 너무 추워서 바다 위엔 얼음들이 둥둥 떠있다. 마치 해파리처럼.

  

제냐는 눈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어린이 처럼 눈만 보면 발로 슥슥 긁어가면 걷는데,


항상 제냐 신발은 눈에 쌓여있다.
(제냐 신발은 9시 방향에 있다. 12시에 UK. 3시는 이고르, 6시는 나다.)

  


여름공원 구경을 끝 낸 후 언 몸을 녹이려 근처 카페에 들어왔다.
쉬는 시간엔 열심히 돼지 사진과 동영상을 본다.
(이때 알았다. 코끼리도 많은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몸을 녹이고 간 곳은 우체국.
우리는 장기여행자. 당연히 기념품은 살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매번 기념품들을 사서 한국으로 붙일 수도 없는 상황. (물론 붙일 집도 없다.)
그래서 결정한 한 가지는 우리가 간 나라에서 한국으로 엽서를 붙이는 것이었다.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편지를 써 붙이고 싶지만 엽서나 우표 값도 고려해야 했기에 한 나라에 한 분 정도만 선출해 보내기로 했는데, 잘 지켜질 지 모르겠다. 우선, 첫 번째는 우리 가족에게.)



오늘도 많이 걷는다. 기차도 타고 한참을 걸어 장도 보고.



우리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들의 시간을 내어준 호스트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찜닭을 준비했다. (UK가.)
다행히 이고르와 제냐가 맛있게 먹어주었고, 레시피를 물어보기까지 했다.

하루종일 밖에서 떨어서 인지 조금 피곤했다. 내일은 늦게 일어나야지.



푹 자고 늦게 일어난 우리는 역시나 든든한 아침을 먹고 도심가로 나왔다.
다행히 오늘은 이고르와 제냐가 집에서 쉰다고 한다.
(우리와 함께해줘서 너무 고맙지만 미안함도 컸다. 전 날 제냐가 무리를 했는지 감기기를 보여 맘이 안 좋았다.)

도심가의 강에는 많은 철새들이 보이는데, 우리가 다리 밑으로 고개를 내밀면 이렇게 몰여 든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다들 정신이 없다.



이 날은 다리를 따라 걸어다녔다. 흐린 날씨 탓에 더 어둡고 추웠지만 이런 날의 짙은 느낌이 또 좋다.



강 위도 얇게 얼어붙었고 그 위론 눈이 쌓여있다.


걷는 내내 UK가 베네치아 같다고 말한다.
난 베네치아에 가 본 적이 없다.




걷다 보니 금방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자 또 다른 느낌이다.


역시 어두워지면 감수성이 높아진다.



사진 속은 엄청 어두워 한 밤 같지만 사실 6시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고르와 제냐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기도 한 이 날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해 일찍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하자 우리를 위해 저녁을 준비해준 이고르와 제냐.
이들은 늘 우리에게 아침도 준비해줬던 터라 감사함이 컸다.

펠메니와 샐러드, 각종 피클. 그리고 우리가 이고르와 제냐에게 많이 물어보고 신기해 했던 살로.

러시아에서는 펠메니에 버터와 샤워크림을 곁들여 먹는데 꼭 같이 먹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각종 피클. 고구마 줄기, 토마토, 오이, 노란..호박같은 피클. 상큼하게 맛있다.
특히 이고르와 제냐집에서는 샐러드에 고수를 넣어 먹는데, UK과 나는 고수를 참 좋아한다.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저 살로. 아마 우리가 처음 살로를 접한 것은 블라디보스톡에서였을 것이다. 나름 외식을 한다고 식당에서 보르쉬를 시켰고 그 옆에 살로가 나왔는데, 그 당시 살로에 대해 알지 못했을 때라 이 짠 기름덩어리를 도대체 어떻게, 왜 먹지? 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고르와 제냐에게 했었는데, 그 이야기 때문이었는지 특별히 준비해주었다. 그런데 이 살로는 펠메니와 같이 먹기에 좋았다. 기존에 맛 본 살로만큼 짜지도 않았고 약간의 고기맛과 심심한 펠메니와 잘 어우러져 살로의 진가를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었다.


메인 음식을 먹고 나니 디저트까지 내준다. 러시아 사람들은 러시아 아이스크림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기본 아이스크림은 맛있다. 단 맛은 덜하고 더 부드럽다.


덕분에 너무 즐거웟어요. 감사합니다. 이고르 & 제냐  ;) 🐖♥🐖


자, 이제 핀란드 헬싱키로 가자.

  

헬싱키로 가는 고속도로 진입 국도로 갔다.
이제부턴 히치하이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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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는 위에서 끝이 났어야만 했다.
우리 계산 대로라면.

하지만 우리는 히치하이킹을 너무 우습게 생각했었나보다.

상트에서의 날들은 몇 일 더 이어졌다.

위 사진 속 도로는 일반 국도였다. 고속도로도 아닌 일반 국도.
하지만 우린 그것도 모르고 계속 히치하이킹을 시도했고, 
그러길 3시간? 4시간?이 지나자 어떤 여성 2분이 오셔서 걱정을 해주셨다. '헬싱키는 상트에서 엄청 멀어, 그리고 여기서는 헬싱키 가는 차를 잡을 수 없을꺼야. 너희가 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오늘 밤을 보내고 내일 더 좋은 장소에서 다시 시도하는 게 좋을 꺼야.'

우리는 정말 럭키가이. 이런 행운도 잘 없을 거다.
신기하게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준 여성분 줄리아는 카우치서퍼 중 한 분이셨고, 이미 많은 게스트를 받은 경험이 있는 호스트였다.


초대해준 집에선 따뜻한 식사도 대접해주셨다.


정말 예쁘게 생긴 이 아이는 막스. 남아다.
처음에는 우리를 경계했지만 아이를 좋아하는 UK과 금새 친해졌고 덕에 내게도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멋진 아이였다.


신기하고 소중한 인연은 기대도 않은 곳에서 불쑥 나온다.
이러니 이런 여행(우리의 여행의 스타일)의 매력에서 못 벗어난다.

처음으로 시도한 히치하이킹은 생각보다 힘들었었나 보다. 세네시간 가량 밖에서 떨었던 탓에 열이 좀 있었는데, 줄리아가 엄청 보살펴 줬다. 저녁식사에, 간식과 따뜻한 생강차, 게다가 히치하이킹이 힘들면 카풀을 하는 사이트가 있다며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정보 뿐만 아니다. 직접 카풀해줄 운전자를 찾고 시도도 해주었다. 하지만 운전자가 마땅치 않아 우리는 다시 한 번 히치하이킹을 도전해보겠다고 뜻을 전했다.)


그렇게 따뜻한 곳에서 자고 나니 감기기운은 커녕 컨디션이 좋은 아침이었다. 역시나 줄리아는 아침까지 준비해 놓고 내 상태를 체크해주는 섬세함을 보여줬다.

그리고 아침부터 구글 맵을 보여주며 히치하이킹하기 좋은 고속도로까지 자신이 태워주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린 막스를 자신의 엄마집에 데려다 놓고 우리를 고속도로에 태워다 주었다. 우리 곁에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감사하다. 정말.




자, 히치하이킹 두 번째 시도.

어제의 실패 덕이었을까. 이제는 좀 긴장과 각오를 가지고 시도한다.


손 흔들기를 20분. 우리가 처음으로 성공한 히치하이킹이다.
로만.


우리를 픽업해준 로만은 핀란드 헬싱키까지는 아니지만 러시아 비보르크에 살고 있는 분이셨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보다 우리는 히치하이킹을 너무 늦게 시작했고, 비보르크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려하고 있었다. 그러자 로만은 시간이 늦었다며 오늘은 비보르크에서 자길 권했고, 우리에게 저렴하고 좋은 호스텔 소개에 바려다 주기까지 했다. (그 호스텔은 확실히 싸고 깨끗한 곳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영어를 못하셔서 로만이 다 해결해주고 갔다. 그 후로도 그는 우리의 안부를 왓치앱을 통해 물어봐주고 응원해주었다.)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많은 도움들에 오늘도 안전하게 여기까지 왔다.
모든 게 다 고맙고 모든 게 다 즐겁다.

+ 우리가 이고르와 제냐집에서 나온 뒤로도 그들은 계속 연락을 주었다. 지금은 어디냐, 잘 가고는 있는지. 정말이지 너무 따뜻하고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만난 줄리아와 로만까지. 러시아에서의 마지막도 이렇게나 아름답다.

모든 여행에서의 좋은 추억들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그 곳이 기억되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곳이 된다.

우리는 정말 인복이 많은가 보다.
감사합니다. 이고르, 제냐, 줄리아, 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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