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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5일 월요일

[Travel-Post] 3박 4일간의 블라디보스톡 + 3박 4일간의 횡단열차 = 이르쿠츠크 (D+8)


우리가 출발 하는 날, 대구에선 보기 힘들던 눈이 펑펑 내려 비행기가 연착됐다.
대략 한 시간 가량의 연착으로 흥분이 좀 가라앉은 시작이었다.

기내에선 한국 라면을 드시던 분들이 계셨었는데, 그때 먹을 걸 그랬나 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하자 마자 환전을 하고(우리는 한국에서 달러로만 환전을 해갔었다. 그것도 일부만) 유심을 사고, 공항 카페에서 따뜻한 우유와 차를 마셨다.

+ 공항에서 부터 영어를 사용하시는 분이 잘 없었다. UK은 불편해 보였지만 사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로선 너무 편했다. (나는 한국말 + 상대는 러시아말 = 손짓발짓두둠짓)

+ UK은 평소에도 멀미를 좀 하는 체질인데 지금 생각하면 멀미는 첫 날 비행기 부터 시작해서 계속 하는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바비 인형 항공승무원 언니(이쁘면 언니)가 움직이고 있었고 출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너무나 수월했다. 하지만 20Kg 가량의 짐을 메고 영하 20도를 맴도는 공항 밖은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의 첫 카우치서핑 호스트(로만+타냐=마야)는 블라디보스톡에선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버스 시간표와 달리 일찍 끊겨버린 버스 탓에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러시아 인 + 한국에서 오신 가나안농군학교 선생님 + UK + 나. 이렇게 넷이 택시를 탔는데 러시아 여행을 하실 분들은 미리 막심*이라는 앱을 다운받아 오시는 것을 권한다. (택시를 타고 싶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탈 상활이 생기면 이 앱을 사용해야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비싼 택시비를 내고 도착한 로만네 집은 추운 러시아 날씨를 모두 잊어버릴 만큼...아니, 한국에 있었던 우리 집 보다도 따뜻했다. 꽤나 늦은 시간이었지만 따뜻한 차와 친절로 우리를 맞아주었고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며 러시아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우리의 세계배낭여행은 시간은 많지만 적은 자금으로 진행되기에 카우치 서핑과 히치하이킹을 잘 활용해야한다. 덕에 현지인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어 그 나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첫날이 너무 노곤했던 탓인지 우린 어느 누구보다도 늦잠을 잤고 집은 비어있었다.
늦은 시간이었던 만큼 집을 빨리 나서 블라디보스톡 중심가로 가 아침을 먹었다.
(이후 거의 대부분의 식당+카페는 TripAdvisor 앱에서 가장 싸다고 나오는 곳을 이용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부터 감기기가 있던 UK은 블라디보스톡에 와서 풀려버린 긴장감 탓에 몸살기도 더해졌다. 그래서 따뜻한 치킨스튜? 같은 것과 뱅쇼와 비슷한 차를 시켰는데 둘 다 맛이 괜찮았다. 그리고 평소 빵류는 좋아하지만 만두는 좋아하지 않던 내가 러시아에서 많이 먹는 다 하는 만두를 시켜먹었다. 역시 난 만두보단 빵이다.

밥을 먹고 난 후 인근 바다로 갔다. 동해는 얼어 있었고 많은 러시아 아저씨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빙어낚시 처럼 구멍을 뚫고 손목 스넵을 이용한 입질 낚시.
구경을 한참 하니 또 몸이 춥다.
이번엔 또 유명하다는 팬케잌을 먹으러 갔다.


커피 한 잔 + 햄, 오이, 치즈가 들어있는 블린(팬케잌과 비슷하다).
우리가 알던 달달한 팬케잌과는 다르다. 햄과 치즈 덕에 조금 더 짜고, 반죽은 더 묽지만 쫀득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 역시 개인취향이겠지만 UK의 만족에 비해 난 단게 좋다.


밖에서 한껏 추위에 떨다 들어온 집은 역시나 최고다.
게다가 로만네 집은 야경이 정말 좋다. (+따뜻한 차는 두 말 할 것도 없지.)

해가 떨어지고 나면 급격히 추워지는 탓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적지 않았는데.
러시아 집에 감탄했었다. 외풍도 전혀 없고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녀도 따뜻하다 느낄 정도고, 너무 신기해서 창문을 한참 보기도 했다. 그리 두꺼워 보이지도 않는데 벽과 다를 것 없는 단열이 놀러웠다. + 화장실도 따뜻하면 말 다했다.


No plan is best plan
누가 말 했던가, UK은 계획없는 여유로운 여행을 좋아한다.
여유가 있어야 더 많이 보이고 더 느낄 수 있다 생각하는 편이고, 거기에 나도 공감한다.

그래서, 우리는 블라디보스톡에 온지 몇일 되지 않아 할 일이 없어졌다.
그 덕에 로만이 추천해준 대학교 구경을 하게 되었다.
중심가에서 다리 두개를 건너 섬에 있는 대학교인데, 캠퍼스 규모도 규모지만 건물 뒤 바다쪽은 정말 이쁘게 조성되있었다. 바닷물이 들어와 있는 호수 같은 공간과 쉼터, 산책로를 따라 가면 교정과 조금 떨어져 있는 기숙사들이 늘어져있다.
계단식의 기숙사들이 정갈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학생들이 부러웠다.



바닷물로 만들어진 호수는 이미 얼어있다.


캠퍼스를 구경하다 어제 마트에서 산 빵을 벤치에 앉아 먹는데, 단 걸 좋아하는 내 입에 딱이었다. 또 먹고 싶네.


 

캠퍼스 구경을 마치고 중심가의 식당에서 먹은 저녁.
인도 여행 경험이 있던 우리는 어느 나라 음식도 다 잘 먹는 식성을 가지고 있을 꺼라 자부했다. 하지만 그건 큰 오만이었고, 러시아 음식들은 아마 여행을 마칠 때까지도 적응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보르쉬와 함께나온 흰덩어리는...다신 먹지 못할 것 같다.
(짜고 짜서 짜다)
빵과 소금을 중시 한다는데 러시아 음식에 대한 전문 지식은 찾아보길 바란다.



우리가 로만네 있으면서 애용했던 인근 대형마트, 오늘 밤에 타게 될 3박 4일의 횡단열차에서 먹을 음식들을 사러 갔다.
장을 보는데 이렇게 신중하긴 처음이었다. 긴 열차생활을 책임져줄 양식들을 구매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뭐가 제일 짜지 않은 음식인지 고르느라 애먹었다.

로만과 타냐, 마야와의 행복했던 만남을 뒤로 하고 열차를 타러 갔다.
로만네 집에서 먹었던 많은 쿠키들과 요리들을 다 찍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로만은 요리를 배우고 싶어 대학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었고
타냐는 사진들에 비해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마야는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들이 많은 게스트들을 받았기에(대략 150명 정도 될 것이다, 그들도 다 기억하지 못한다.) 처음엔 우리에게 호기심도 관심도 없었던 마야는 마지막날 저녁부터 우리가 가는 시간까지 예쁨을 보여준 바람에 너무나 아쉬웠다.)



그들의 친절을 뒤로 하고 탄 횡단열차.
역에서 끊는 티켓이 이쁘데서 우리도 겟. 금박이 이쁘다.


 

거리를 걸을때와 기차 안에서 본 풍경은 조금 달랐다. 기차에서 보니 키가 크고 하얀 나무들이 소복히 쌓인 눈과 더 잘 어울려 이쁘게 보였다.

첫 날에 탑승하여 자고 깨니 이쁜 풍경들이 계속 나왔다.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고 놀았는데, 어느 순간 폰을 내려 놓고 보기만 하게 된다. 왜냐면  이 풍경은 앞으로 4일간 계속되니까.
눈과 함께한 노을이 엄청 이쁜데, 4일 중에 한 번도 해가 뜨는 걸 보지 못했다.
4일은 너무 짧은 시간인가보다.


그리고 기차에는 이렇게 생긴 열차시간표가 있는데 이걸 잘 읽으면 중간중간 내려 역을 구경하거나 가벼운 간식들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러 내린다.
(역, 표, 그림의 시간표 모두 모스크바 시간 기준이다. 열차에서 만난 친구 중 한 명은 손목시계를 처음부터 모스크바 기준으로 해두어 그 친구에게 많이 의지했다. 똑똑한 친구)

 

열차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정해져있다.
먹고, 먹고, 먹고.
자고, 자고, 자고.
+초콜렛은 언제나 옳고, 저 맥주는 조금....가볍다.
(횡단열차에서 만난 한국 여학생 아름씨, 맥주를 사와 나눠주고 가는 밝은 사람. 후에 러시아 남자들에게 인기를 한몸에 받는데...부럽지...않다...하...ㅠㅠ) <- 절대 부러워서 우는 거 아니다. 진짜.ㅠㅠ



횡단열차가 좋은 점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난 이방인이고 지금은 여행 중인데.

+키에라는 굉장히 밝고 똑똑한 아이다. UK이 보여준 마술을 응용해 1박 2일에 걸쳐 카드와 동전 마술쇼를 보여주는 대단한 아이. 아브라카다브라 탁탁//



 

이렇게 오래 정차하는 기차역에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버스정류장 옆 매대? 같은 곳에서 식량을 살 수 있다. 대신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둘다 머리가 짧은 덕에 가지고 간 빨간 다라이에(일명 딸기 소쿠리) 머리도 감았다.

 

기차에 다 같이 있다 보면 좋은 사람들에게 많은 선물을 받기도 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모스크바 시계를 찬 똑똑한 친구네가 소세지를 주기도 하고
우리 옆에 앉아 있는 에쁜 러시아 여자분이 차를 건내주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론 3등석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많은 선물들 중에 가장 놀랐던 선물.
이것 역시 횡단열차가 정차는 역에서 파는 건데 이루크추크 인근에 가야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지역특산물 같은? '오물'이라고 하는 음식이다.
이름은 조금 난처하지만 맛은 과메기와 굉장히 비슷한 맛이 난다.
(손질 법은 이 선물을 준 학생의 어머니께서 가르쳐 주셔서 따라했다. 생소해서 더 재밌었다. - 비위가 약하면 못 먹을 것도 같다.)


+


횡단열차에는 식당칸이 있다.
정말 운이 좋게도 3등석의 같은 열차 칸에 있던 한국친구들과 가볍게 한 잔.
앞의 3명의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 부터 친구였단다.
용우씨, 동혁씨, 도연씨.
(굉장히 친절하고 섬세한 친구분들이었다. 모스크바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정보가 없던 우리에게 많은 꿀팁을 알려준 분들. 여기서 글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비상상황에서 멋짐을 발휘하시기도 하신다. 세분이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꼭 오로라를 보고 오셨음 좋겠다.)
사진 속에 우리와 함께 앉아 있는 아름씨.
(친화력도 좋고, 밝아서 옆에 있으면서 활기찬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왠지 아름씨는 워낙 잘해서 걱정이 없다. +국제 결혼하면 청첩장에 횡단열차 티켓 보내주세요.)




사진이 조금 어두워 잘 보이진 않지만 우리를 배웅 나와 준 이리나와 막스.
(특히 이리나는 몇 시간 동안 나에게 러시아 어를 가르쳐 주느라 진땀을 뺏을 것이다. 정말 고마운 선생님이었다. 거의 많은 선물들이 이리나가 준 것이었는데, 특히나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오물은 잊지 못할 거다.)


블라디보스톡도, 우리에게서 첫 구간의 횡단열차도. 너무 즐거웠기에 더 짧게 느껴졌던 것 같다. 모두가 즐거운 여행,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



댓글 1개:

  1. 멋진 여행중이시네요.ㅠㅠ 부러워서 우는건 아닙니다ㅠㅠㅋㅋㅋㅋㅋ 앞으로 더 즐거운 여행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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