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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4일 일요일

[Travel-post] 1박 2일간의 키루나 in 스웨덴 (D+48, 2018.2.3.)


스웨덴 하파란다에서의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키루나로 떠났다.

+ 이 날 아침에 알았는데 말괄량이 삐삐는 스웨덴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한다. (말괄량이 삐삐는 스웨덴의 남쪽에 위치한 스톡홀름이란 도시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한다.)


역시나 너무 추운 날씨로 진작에 히치하이킹을 접었다. (그저께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부터는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고 기온이 떨어질 경우가 없어 북유럽에서는 히치하이킹을 하지 않기로 UK과 약속을 했다.)

근데 이 버스가 엄청나게 비쌌다. 여섯시간을 이동하는 버스라 그런가.


키루나로 가는 버스에서 간식으로 어제 먹고 남은 담수가레와 이곳 탄산음료를 먹었다.
(저 탄산음료 맛은 우리나라 불량식품 '아폴로' 맛이 나는 음료다.)





바깥 풍경은 봐도 봐도 익숙해 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세시간 조금 넘게 달려 파얄라라는 곳에서 버스를 환승해야 했다.
따뜻한 버스 안에만 있다 환승하러 나가는 그 짧은 순간이 얼마나 춥던지.
그래도 핀란드보다는 덜 추운 것 같다.

너무 순간이어서 사진은 못찍었었는데 환승버스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Vittangi 가는 길에 무스라 불리는 뿔소 두마리를 봤다. 도로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으나 크고 어두운 색이라 눈에 띄였었는데 신기하고 무서웠다.


해가 지고 도착한 키루나.



숙소로 가는데 이때까지 봐왔던 눈과는 엄청 다른 모습이었다.
날씨 탓인지 눈의 결정체들이 그대로 살아 있어 매우 반짝이고 밟는 느낌도 달랐다.
마치 아주 고운 모래사장을 걷는 느낌 같았다.


나무에 붙은 눈들을 보는데 왜 야채튀김이 생각나던지.


표지판 마져 하얗다.


이렇게 따뜻하고 아늑한 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는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리가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숙소 프론트가 운행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숙소에서는 우리에게 미리 한 통의 메일을 보내주었었고, 그 메일은 UK의 폰에 캡쳐되어 있었는데 폰이 꺼져버렸다. (UK의 폰은 아이폰6S로 배터리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고 기온까지 낮은 북유럽에서는 따뜻한 실내에서 충전선을 꽂은 채로 겨우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우리 둘은 아무런 유심카드도 사지 않아 내 폰이 살아있다 해도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해 UK의 폰을 켜는 방법밖에 없었다.

보조배터리를 꽂고 아인슈타인이 닭알을 품듯 애지중지 폰을 품에 안고 있었고, 30분이 좀 넘었나? 겨우 켜진 폰에서 열쇠통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현관과 숙소방 열쇠가 같이 있어 우리는 계속 문 앞에 서 있었다.)

+ 이일이 있은 뒤로 우리는 조금이라도 오래 머무는 곳이면 아이폰 배터리 교환이 가능한지, 가격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를 물으며 다녔다.


사실 노르웨이의 북쪽으로 가기위해 경유하게 된 스웨덴은 큰 기대는 없었다. 
핀란드에서 노르웨이를 추천해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웨덴은 핀란드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노르웨이는 다른 모습에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란 이야길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루나에 오기 전 하파란다도 핀란드와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했었는데, 이곳 키루나에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1박 2일이 엄청 아쉬웠다.


우리가 키루나에 묵는 동안은 숙소 직원들이 쉬는 주말이었다. 그래서 카드결제가 불가능했고, 방에 현금을 두고 나갔어야 했는데 우리에서 스웨덴 돈이 있을리가 없지. UK이 혼자 키루나 시내의 ATM에서 돈을 찾아 올테니 좀 쉬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집에 있어. UK을 따라 시내로 나갔다.


그냥 눈이 많이 온 느낌이 아니다. 정말 온통하얗다.
이때까지 봐왔던 눈내린 세상들이 다 예뻐보였지만 여기는 꿈 같은 곳이었다.




조금 걸어 시내에 가까워지자 눈으로 만든 놀이터가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야호.


미로도 있었지만 체크아웃시간이 다가오니 참는 걸로.



키루나도 시내가 굉장히 작다.


키루나에서는 아이들이 걸어다니지 않는다. 모두 설매를 타고 다니는데 UK이 너무너무 부러워했다.


시내에 돈을 찾으러 가는 길에 본 놀이터 맞은편에는 이렇게 얼음으로 만든 조각들이 공원에 전시되어 있었다.



눈이 쌓인 곳을 자세히 보면 이렇게 눈 결정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다. 쌓여서 녹아 있는게 아니고 이렇게 알갱이 하나하나 따로 그냥 쌓여있다. 그래서 더 반짝이고 밟는 느낌이 달랐다.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어제 밤엔 못 봤던 동네의 모습들.



숙소에 내기 위해 찾은 스웨덴 지폐들


숙소를 떠나는데 이 문이 너무 친숙했기에 한 컷 담아두었다.
이 원피스(만화) 느낌나는 문을 우리가 어제 저녁 그렇게 오랫동안 마주했다지. 애틋하게.








와, 오, 헐.
저런 감탄사 밖에 안 나왔다.

스웨덴 키루나에서 노르웨이의 나르비크로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걸었던 길들. (버스는 2월부터 다닌다고 해서 기차말고는 갈 방법이 없었다.)



색이 너무 예쁘니까 UK도 한 컷.







기차역까지는 꾀 멀었다. 많이 쌓인 눈때문에 발도 푹푹 빠지고 한참을 걸었다. 땀이 많은 나는 또 많은 땀들을 흘려야 했다.



드디어 도착한 키루나의 기차역.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기차역에 가면 당연히 표를 살 수 있을꺼라 생각한 우리. 하지만 매표소도 없고 인터넷도 되지 않았다.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가시려는 분 들 2분이 알려주셨는데, 여기서는 무조건 온라인으로 예매를 해야한단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 했든 우리는 유심카드도 없고 이곳은 와이파이도 없다.
UK은 다운받은 오프라인 지도를 통해 키루나의 안내소를 다녀와야 했다.
(그 전날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려했지만 왜인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먹통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제를 하지 못했었고 기차역에서 결제할 생각이었다.)


한 시간이 넘었었다. (다행히 기차 시간까지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처음엔 노트북으로 카드게임도 하고 잘 놀다가 한 시간이 넘으니 걱정이 됐었다. 왜 안오지.

그렇게 또 한 삼십분쯤 지나자 청바지 발목까지 다 젖은 채로 UK이 돌아왔다. 햄버거 세트와 함께.

+ 키루나의 안내소는 멀리있었고 걸어서 왕복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그러나 걱정된 UK은 빨리 가기 위해 지름길을 택했었고 그 지름길들에서 발이 빠져 청바지가 다 젖어 있었다. 그리고 안내소에서도 카드가 말을 듣지 않아 안내소에서 대신 결제를 해줬고 우리는 수수료까지 부담해야했다.


히터에 젖은 양말과 청바지를 말리며 햄버거를 먹고 있는 UK.


왜 햄버거 세트를 하나밖에 사오지 않았냐고 열받아 있는 나. <- 이미 내게 주어진 햄버거는 다 먹어치웠다.

(사먹는 음식은 거의 대부분 하나를 시켜 둘이 나눠먹었었다. 사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돈을 아껴야 하니까.)


우리 버스가 온 것도 모르고 사진찍고 구경했다. 알고보니 우리가 타야하는 기차였고 또 다시 허겁지겁. 뭘 믿고 이렇게 여유로운거지.




또 신난다. 이제 곧 노르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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