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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일 화요일

[Travel-post] 2박 3일간의 트롬쇠 in 노르웨이 (D+51, 2018.2.6.)


나르비크에서 12시 40분에 탄 버스는 5시간을 달려 트롬쇠에 도착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벌써 어두워진 탓에 우리는 인도를 찾지 못해 이상한 길로 다녀야했다. 생각보다 먼 거리의 숙소는 도로와 인도의 구분없이 걸어걸어 들어가야 했고 가는 동안 마트를 찾지 못해 결국 빈 손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트롬쇠에서는 오로라를 보고 싶어 간 거라 최대한 한적하고 불빛이 적은 캠핑장으로 잡았는데 생각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오는 동안 얹은 정보로 알게 된 오로라 사이트들로 검색해보니 오로라 레벨이 굉장히 높았다. 오로라 초보자 답게 높은 레벨에 설레여 캠핑장 뒤의 산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기엔 달이 굉장히 밝았고 아무리 올라가도 오로라의 꼬리조차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내려와야만 했다. 다행히 춥지는 않았지만 높은 오로라 레벨에 비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내려온 것에 대한 아쉬움은 굉장히 컸다. 하지만 첫 날에 배부를 수 없지, 장소도 좋고 날도 좋고 레벨도 좋다는 것에 만족하고 기다리는 수 밖에.


결국 우리는 새벽 4시까지 잠을 설쳤다. 오로라 레벨이 새벽 4시까지 굉장히 높았고 이정도 레벨이면 깜깜한 우리 캠핑장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때문이다. 그 기대감을 가진 사람은 우리만은 아닌 것 같았다. 새벽 4시까지 UK이 밖을 들락날락 하는 동안 같은 캠핑장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서성였고 오로라를 보진 못했지만 그게 또 재밌고 좋았다.

어제 숙소로 오는 길에 마트를 찾지 못한 탓에 아무 음식도 없던 우리는 아침을 먹기위해 장을 보러 나갔다.


캠핑장에서 제일 가까운 마트로 가는 길에 보이는 Arctic Cathedral.


옆 모습도 매력적이다. 저 틈새로 햇빛이 스며들어가겠지. (우리가 도착한 겨울의 트롬쇠는 햇볓이 오래 머물지도 않았고 하늘은 항상 회색이라 교회에 햇빛이 스며든 모습은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교회 앞 트롬쇠 도심으로 들어가는 다리의 모양이 아름답다.

 

마트를 찾는 굶주린 두 사람.


신나는 장보기를 마치고 본 교회 뒷모습.


마트에서 캠핑장까지는 거리가 꽤 되는데, 어제 저녁 어둠을 헤치고 간 길은 밝은 낮에 봐도 많이 쌓인 눈 때문에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캠핑장까지는 거리가 꽤 있어 중간에 당 충전을 해야했다. 짠 맛없는 고소한 참깨 크레커 맛의 비스켓에 초코를 듬푹.



한 참을 걸어 캠핑장으로 들어오니 어두워서 못 봤던 예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캠핑장에는 잠을 자는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큰 주방이 있는데 깨끗하고 없는 게 없는 곳이라 좋았다. 위의 음식은 노르웨이에서 주로 먹는 음식들인데 인스턴트로 나온게 있어 사와 먹어보았다. 인스턴트에 어울리지 않게 든든하고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새벽 잠을 설친 우리는 다시 잠에 들었고 배가 꺼지고 일어나자마자 오로라 레벨 확인. 오로라가 점점 다가오는 것을 보고 얼마간 기다렸다 다시 또 확인. 그렇게 반복에 반복을 하다 높은 레벨을 보자마자 또 산으로 올라갔다.


한 참을 걸어 올라갔는데 쾌청한 하늘에 오로라는 커녕 어제와 같은 크고 밝은 달만 봤다. 혹시나 모른다는 기대감에 그 달을 바라보며 기다리기를 두 세시간.


새벽이 되도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았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오려 돌린 시선에 트롬쇠 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이 뙇. 오로라는 못 봤지만 이 야경 덕에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풀려버렸다.


내려오는 길은 다소 미끄럽고 위험해 보였지만 야경도 예쁘고 길도 반짝거려보이고 조용하고 하얀 바닥에 비친 불빛도 맘에 들고 오로라만큼이나 하늘하늘한 기분이었다.


트롬쇠에서의 일정은 3일. 사실 우리가 핀란드에 있을 때만 해도 노르웨이로 여행을 갈까 말까 했던 상황이라 오로라에 대한 욕심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까. 노르웨이 트롬쇠에서는 3일만 지내고 대신 트롬쇠에서 가까운 피오르드 한 곳을 더 들리기로 했다. '오로라가 우리를 허락해준다면 보는 거고 못 보면 할 수 없고.' 하는 마음이었다. 그랬기에 아쉬운 마음 보다는 오로라를 기다렸던 시간들과 트롬쇠의 야경들이 더 맘에 남았다.



3일 전에 내렸던 버스 정류장에서 레이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기대도, 계획도 없었던 트롬쇠였지만 애착이 간다.



댓글 1개:

  1. 간만에 블로글 글이네요! 밥 생각이 날것 같기도 하고.. 맛없는 크래커에 초코잼 듬뿍ㅠㅠ 날은 흐려보여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좋아보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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