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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6일 월요일

[Travel-post] 2박 3일간의 공항체류편, 노르웨이-영국 (D+56, 2018.2.11.)



이번 글은 2박 3일간의 공항 노숙에 관한 글이다.
수기로 쓴 일기장에는 3일동안 한 게 없어 이동한 공항에 대해서만 적혀있고 찍은 사진도 몇 장 밖에 없다.

우선은 2월 8일 레이네에서 아침과 점심 식사는 전 날 저녁에 먹고 남았던 닭과 스파게티로 2끼를 든든히해서 이베네스 공항으로 갔다. (정확히는 9일날 이베네스 공항에서 오슬로 공항으로 이동하지만 체크아웃시간이 있어서 그냥 공항 노숙을 하기로 하고 간 거였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공항 노숙이 그리 길어질꺼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베네스 공항은 굉장히 작은 곳이었고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자리잡고 앉아 숙소에 도착해서는 미리 싸간 샌드위치를 저녁으로 먹고 와이파이가 잘 터져 웹툰도 보며 놀다가 잠에 들었다. 하지만 어디서든 잘 자는 UK과는 달리 2시간쯤 잠을 잤을까 도저히 추워서 더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새벽에 아무도 없는 공항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멍하니 비행기 탑승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려야했다. 

너무 추워 잠을 설친 탓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잠을 못자서 머리는 조금 아팠지만 오슬로로 가는 비행기에서 조금 눈을 붙일 수 있었고 체크인을 빨리한 덕에 비행기 맨 앞 좌석에서 다리도 쭉 편 편안한 자세로 올 수 있었다.


작은 공항에 있다 굉장히 큰 오슬로 공항에 오니 마음이 조금 더 들떴다.

 

짐을 캐리어에 실어 놓고 배가고파 먹방 유투브를 엄청 봤다. 그러다 비상 식량인 컵 라면을 꺼냈는데 문제는 정수기 찾는게 일이었다. 하지만 바로 맞은편에 있던 편의점에서 직원분께 돈을 낼테니 뜨거운 물 좀 얻을 수 있을지 여쭤보니 그냥 가져가라신다. 너무 고마웠다. 라면은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것 같다.


이렇게 공항 노숙 2일을 보내고 부푼 기대감을 안고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영국은 노르웨이보다 1시간 차이가 1시간 벌었다며 좋아하며 입국심사대에 섰는데 심사원과의 캐미가 좋지 않았나 보다. 왜인지 굉장히 까칠하고 짜증이 많이 섞여 있던 심사원은 아웃티켓이 없다는 이유를 우리를 대기공간으로 보냈고 UK은 그런 심사원에게 통장잔고와 우리를 받아준 카우치서퍼와의 메세지들을 보여줬지만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대기실에서 또 다시 그 심사원과 면담을 했고 우리는 영국 입국을 실패했다.

굉장히 황당했고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던 심사원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나 싶어 이 사람들이 우리를 어디로 보내줄 지 나름 기대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입국거부를 당하면 다시 왔던 나라의 공항으로 보내어지고 나가는 비행기는 무료로 제공된다. 무슨 서류와 함께. 서류를 받을 때 같이 받은 우리의 여권에는 입국거부를 표시하는 영국 입국도장에 십자모양으로 그려주는데 이게 볼 때 마다 기분이 별로다.

그리고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나름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사실 이걸 서비스라 표현해도 되나 싶다.) 대기실 같은 곳에서 식사와 음료, 샤워시설, 수면시설을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아, 이때 핸드폰도 없이 들어가는데 밖과 연결된 유선 전화기 한 대가 안에 있고 이 전화기는 계속 울린다. 대기실 안엔 꽤나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실 안의 사진은 하나도 찍을 수가 없었다.

상황이 좋진 않았지만 이것도 처음이라 UK과 나는 땡큐를 외쳤다. 밥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고 그곳에 있는 직원들은 우리에게 미안해하는 표현을 해주니 마음이 싹 다 풀려버렸다. 밥은 인스턴트를 고르면 직원분들이 데워주시는데 한 사람에 2개씩 먹고 바나나와 귤, 커피도 실컷 먹었다. 샤워도 하고 싶다고 하니 나는 여자라고 직원들이 사용하는 샤워실에서 샘플 샴푸와 바디워셔, 타월을 주며 사용하란다. 

우리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엔 너무하다 싶은 사람도 있었다. 그의 와이프가 영국사람이었는데 통장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입국거부받고 심사중인거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대기실까지 오면 통과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입국도 운이라니.

입국거부를 받았지만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해 표정이 이상해졌다.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간다.

안 가면 안되나요?

생각보다 우리는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빨리있어 대기실에 오래 머물 수 없었 조금 아쉬웠다. 오슬로 공항에 다시 온 우리와 우리 짐을 보니 UK이 영화 터미널이 생각난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봐야겠다.


다시 오슬로 공항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오긴 했는데 이제 어쩌지 하다 노르웨이에서 가깝고 비행기 값이 싼 곳을 검색하다 독일을 찾았다. 독일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를 예약하고 나서는 취소하는 일만 남았다.

우리가 런던에 가는 이유는 보고싶었던 뮤지컬을 보기위함이 가장 컸고 특히나 레미제라블을 굉장히 좋아하는 UK은 레미제라블 티켓도 예매를 해뒀었는데 뮤지컬을 못 보는 것도 너무 맘이 아프지만 수수료를 떼이는 것 또한 겁이 났다. 하지만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 하니 수수료 없이 티켓 취소를 해줬고 다음에 보면 좋겠다는 답장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많은 건지 빠르고 긍정적인 처리는 좋았다. 

그리고 런던에서 보기로 했던 카우치서퍼 호스트에게도 미안하다는 연락을 했다. 관광객이 많은 나라에서 카우치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데 친절히 받아준 호스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갑자기 변경된 일정에 취소하고 예약하고 할 일이 만만치 않았다. UK이 그런 일을 맡아 하는 대신 나는 새로운 여행지의 정보를 찾았다.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볼 거리가 있고 다음은 어디로 이동할 지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이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의 공항 노숙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여권에 찍힌 영국의 입국거부 표시는 앞으로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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